Chapter 0

왜 끊임없이 노래를 찾고 듣게 되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격렬한 음악도 좋아하고, 가슴을 아리게 하는 노래도 듣습니다. 자조감에 사로잡혀 지독히 염세적인 감상을 원하기도 하고, 넌덜머리나는 현실로부터 괴리되어 동화 같은 꿈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음악 속에서 발견합니다. 앨범 한장에 한곡뿐인 노래들도 지루한줄 모르고 들을 때가 있고, 1분도 되지 않는 곡조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주 단순한 정보의 조합일 뿐인 음악 - 그러나 그 연약하고도 강렬한 힘은 언제나 곁에 머물러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로 입맛이 쓰고 속이 쓰릴 때 연분홍빛 솜사탕 같은 미각을 찾고 싶어 합니다. Magna Carta......

The Bridge at Knaresborough Town 
White Snow Dove 
Parliament Hill 
Wayfaring 
Down along up 
Country Jam 
Time for the Leaving 
Isle of Skye 
Sponge 
Sunday on the River 
Good Morning Sun 
Home Grown

Chapter I

Magna Carta는 70년대 초반에 활발한 활동을 한 영국의 포크 그룹입니다. 대단히 밝고 달콤한 음악을 시도하는 그들이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냥 편안하고 즐겁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지요.
그들의 노래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듣게 된다면 다들 좋아할 정감어린 노래들입니다. 따뜻한 봄날이나 한겨울의 오두막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것들이지요. 어쩌면 고통이 없는 음악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어쩌면 그들의 음악은 진부하고 평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다지 독특한 개성이나 강렬함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쉽고 단촐하며 담백한 매력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Clannad, Pentangle, Mellow candle, Fairport convention, Shide and acorn, Spirogyra, Forest 등등 많은 포크 그룹들이 있었고 다들 빼어난 점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Pentangle은 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음악을 일관되게 만들어온 (음악적인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그룹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Spirogyra와 함께 Magna Carta에 정이 많이 갑니다. 그들의 앨범 둘밖에 듣지 못했음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것만이라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처럼 여겨집니다.

영국의 포크 앨범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주요 음반으로 Mellow Candle의 Heaven heath와 Spirogyra의 St. Radigunds, 그리고 Magna Carta의 Seasons를 말합니다만 Magna Carta는 이들에 비해 보다 팝적인 느낌이 강한 그룹이며, 그것은 그들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Seasons 앨범을 발매할 당시의 Magna Carta는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Chris Simpson(lead vocal, guitar), Lyell Tranter(guitar, vocal), 그리고 Glen Stuart(flute, vocal)이 그들입니다. 이것은 70년대의 마그나 카르타를 위주로 한 언급이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Magna Carta는 그룹의 주역이었던 Chris Simpson과 그의 아내 Linda Simpson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그나 카르타의 친구들"이라는 팬클럽도 조직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편안하고 달콤한 '음악헌장'으로 가겠습니다.

Songs from Wasties Orchard

Songs from Wasties Orchard 앨범은 1972년에 발표된 Magna Carta의 네번째 앨범으로 대개 밝고 경쾌하고 아름다운 소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easons 앨범에는 타이틀곡이 상당한 길이의 대곡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앨범은 3, 4분 안팎의 소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마 다른 앨범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The Bridge at Knaresborough Town은 시타가 사용된 곡이지만 인도풍을 따라가기보다는 그들의 음악 속에서 시타 연주가 특이한 반주의 역할을 한다고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Beatles의 Love You to나 Within You without You 보다는 Norwegian Wood의 경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Norwegian Wood의 씁쓸한 느낌 조차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양쪽 채널에서 연주되는 어쿠스틱 기타와 시타의 애드립이 재미있게 어울리며, 현란한 시타 소리로 곡을 맺고 있습니다. 
시타, 비파, 기타... 제각기 다른 나라의 단어들임에도 비슷한 형태와 비슷한 어감, 비슷한 주법으로 볼 때 어쩌면 모두가 같은 악기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 Knaresborough Town인가 봅니다.

White Snow Dove는 단순하면서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크리스 심슨의 목소리에 꼭 어울리는 노래로, 달콤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실로폰과 리코더의 멜로디 또한 이 노래의 분위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그나 카르타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스타일의 곡으로 보입니다. 눈처럼 하얀 비둘기는 어디로 날아 가버렸을까요.
White Snow Dove의 하얀 날개짓을 뒤로 한 채 어디선가 들은 듯한 기타 연주로 Parliament Hill이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니 Simon and Garfunkel의 Mrs. Robinson과 전주가 비슷하군요. 콩가(?) 소리가 경쾌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벤조와 어쿠스틱 기타의 애드립이 즐거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Wayfaring은 제목 같은 즐거움이 있는 곡입니다. I'm moving on이라는데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어지는 Down along up은 경쾌한 분위기가 조금 바뀌어 Country풍으로 전개됩니다. 70년대 우리 나라의 건전가요 같은 분위기도 좀 있어 보이는 곡입니다.
Down along up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Country Jam은 Fiddle과 하모니카가 연주되며 더욱 촌티(?)를 내는데 장난스런 목소리와 연주가 이어지는 재미있는 곡입니다. 드럼 소리도 드럼이라기 보다는 둥둥 울려대는 북 같은 소리를 냅니다. 이 노래의 장난끼는 클라투의 멍멍기사(Sir Bodsworth Rugglesby III) 보컬을 연상시킵니다.
Time for the Leaving은 그 제목에 비해서 담담한 느낌의 떠남처럼 느껴집니다. 그다지 슬픈 곡조는 아니지요. 하지만 떠남에 미련이 있는 것일까요... 감정의 고조는 슬픔은 아니더래도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을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Isle of Skye는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동양적인 분위기의 멜로디가 두 대의 기타에 맞물리어 전개되면서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는 곡이지요. 이 곡에는 약간의 음감을 가진 매력적인 타악기가 사용되는데, 어떤 악기인지는 모르지만 그 여운이 매우 특이합니다. 때로는 그 소리가 간질병 같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Skye는 스코틀랜드 북서부에 있는 섬이라는데, 트레몰로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를 듣는 동안 Skye섬의 푸른 물결을 가로지르는 돛배를 그리곤 합니다. Isle of Skye. 그 어감처럼 노래처럼 아름다운 섬인가 봅니다. 
보컬은 듀엣으로 나오는데 모두가 크리스 심슨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Glen Stuart의 대단히 여성적인 고음으로 추측됩니다.)
마치 Spirogyra의 Van Allen's belt처럼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힘이 있는 곡입니다. 그들의 또다른 앨범 Seasons의 타이틀곡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듣는 이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Isle of Skye의 풍경이 저물고 나면 다시 Country 풍의 즐거운 리듬이 시작됩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연주곡인 Sponge입니다. 벤조인지 만돌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겨운 리듬으로 왁자지껄한 잔치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시 평온이 찾아들고 휴일의 아름다운 꿈이 이어집니다.
Sunday on the River는 평온하고 예쁘장한 곡으로 오르간 연주가 아름다운데 약간의 장난 섞인 변화를 주며 마무리를 짓습니다. 마치 Velvet Underground의 Sunday Morning처럼 일요일이면 듣고 싶어지는 곡입니다. 행복한 봄날의 일요일입니다.

Good Morning Sun 또한 그들의 낙천적인 음악세계가 잘 표현된 곡으로 전형적인 Magna Carta 스타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곡 Home Grown은 이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템포의 곡인데 oh oh oh 하는 목소리가 귀염을 떱니다. Spirogyra의 Dangerous Dave나 Wings of Thunder와 비슷한 풍의 단순하고 신나는 노래이지요. 그들로서는 비교적 강한 비트에 드럼까지 들어가 꽤 활기찬 분위기로 앨범의 막을 내립니다.

Magna Carta for Happiness

Songs from Wasties Orchard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대부분의 노래가 따뜻하고 낙천적이며 듣는 이의 마음을 밝게 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덩달아 행복해질 듯한 밝고 아름다운 노래들로 가득한 앨범이지요.
마음이 힘들고 아플 때, 일상에 찌들리고 시름에 잠길 때 가끔씩 Magna Carta를 들으면 분명 조그만 위안이 될 것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함께 행복해질 듯한 밝고 아름다운 노래들이지요. 
Magna Carta - 그 대헌장에 기록된 첫 번째 장은 분명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는 자유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얼마전 바다를 보고 싶어 혼자 무작정 가방 둘러매고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봄볕 속의 나른하고도 평온한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날 버스 속에서 내내 Magna Carta의 노래를 들었고, 그것은 내게 있어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상큼한 냄새를 맡으며 해변을 거닐던 느낌 보다도 버스 속에서의 알 수 없는 간절한 기다림을 달래주던 그들의 노래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여행을 꿈꾸는 것이 그곳에 도착한 것보다 낫다."는 스티븐슨의 언급과 비슷한 느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99. 4. 26. 월.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