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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a Carta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은 너무도 평범한 것이었습니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별 특징 없이 펑퍼짐한 어쿠스틱 기타. 기껏해야 Elizabethan만 녹음해서 가끔 들었을 뿐입니다. 스타일 상으로 볼 때 소품 위주의 음악을 할 것 같은데 Seasons는 뭐가 그리도 긴 곡인지...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한가로운 시간에 앨범 전체를 듣다 보니 Going my way도 발랄하고 편안하게 들렸고, Scarecrow나 Airport song도 아름다웠습니다. Ring of stone도, Give me no goodbye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Seasons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람들은 간혹 묻습니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느냐, 어떤 계절을 좋아하느냐...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름답지 않은 색깔이 있을까요.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어디 있을까요. 전체를 돌이켜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일이 되겠지요. Seasons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의 계절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앨범이었습니다.

Seasons : Prologue / Winter song
               Spring poem / Spring song / Summer poem / Summer song
               Autumn song / Epilogue /Winter song (reprise)
Going my way (road song) 
Elizabethan   
Give me no goodbye   
Ring of stones   
Scarecrow   
Airport song 

사실 처음 들었을 때 Prologue의 낭송은 좀 낯뜨겁게 들렸습니다. 그냥 노래나 할 일이지... 뭐 시인 흉내를 내는 것인지. 20분을 상회하는 9부작의 Seasons와 친해지는데는 그래서 시간이 더 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리스 심슨의 낭송이 끝나고 나면 아련한 느낌의 곡조로 Winter song이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생각외로 겨울의 노래는 차분하고 따뜻한 것이었습니다. 
일곱, 여덟의 아이였을 때 겨울이면 친구들과 함께 가끔 동네 가게에서 십원짜리 사카린을 사서 핥아먹곤 했습니다. 어느 겨울날 집 가까이에 있던 조그만 성당의 담장에 쌓인 눈을 유리컵에 담아 사카린을 뿌려 팥빙수라도 되는양 즐겁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Winter song은 꼭 그런 추억같은 달콤하고도 아련한 느낌입니다. 끝무렵에 이르러 Go to sleep little child라는 말이 계속 이어지는 부분도 화음이 어우러지며 참 포근합니다.
러닝 타임이 6분을 넘어서면서 봄을 에감하는 경쾌한 곡조가 이어지다 크리스 심슨이 말합니다. - Now time to wake, for winter is gone.
겨울이 지나고 8분대에 들어서면서 플루트와 리코더가 즐거운 멜로디를 들려주면 얼어붙었던 시냇물 소리가 들리며 봄을 노래합니다. Spring song입니다. 곧이어 새소리가 들리고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경쾌한 일렉트릭 기타가 등장하면서 여성 보컬이 강조되고 곡조는 어느덧 country 스타일로 변화합니다.
Summer poem이 여름을 읊고 나면 Summer song이 시작됩니다. 이 파트에서는 일렉트릭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인상적이며, 브라스와 오케스트레이션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마치 Moody Blues의 <Days of future passed> 앨범에서의 Peak time처럼 여름이 절정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입니다. 멜로디는 대단히 팝적인 감각으로 진행되며,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소리는 해변을 향해 달려가는 듯합니다. 효과음이 넘치는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차분한 어쿠스틱 기타가 울려퍼지면 어느덧 계절은 바뀌어 가을이 오고 Autumn song이 이어집니다. Epilogue가 오케스트레이션을 배경으로 낭송되고 나면 Winter song (reprise)가 다시 흘러나옵니다. 짧고도 아름다운 대목입니다. 
너무도 달콤한 크리스 심슨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과자로 만든 동화속의 예쁜 성채가 떠오르곤 합니다. 타핑이라고 하나요, 드레싱이라고 해야 할까요... 케익이나 아이스크림 위에 얹는 시럽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얗고 달콤한 맛을 지닌 솜사탕이나 보송보송한 눈을 생각나게 합니다.
의외로 Seasons의 끝은 약간은 불안하고 약간은 허전한 것이었습니다. 그 모든 아름다운 기억들이 떠나가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진실로 고통스러운 겨울이 다가오는 것일까요... 그저 내가 과민한 탓이라 여기며,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Prolougue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계절의 여운 같은 기타 소리가 아득히 멀어져가면 Going my way(Road song)가 경쾌하게 흘러나옵니다.
이어지는 Elizabethan은 애조띤 곡으로 Wasties Ochard 앨범의 White snow Dove처럼 슬픈 곡조입니다.
Give me no goodbye는 다시 발랄한 분위기로 돌아옵니다. 시타가 사용되었지만, 동양풍의 곡은 아닙니다. 어쩌면 시타 소리를 적절하게 잘 포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Ring of stones는 시작 부분의 드럼이 좀 의외의 것이었습니다만, 좋은 멜로디를 가진 곡입니다.
다정하고 따스한 느낌이 감도는 Scarecrow도 좋고 마지막 곡 Airport song은 Seasons의 잔재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웠습니다.

Seasons에서는 계속해서 pilgrim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노랫말을 갖고 있지 않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 노래 속에서 그들은 분명 시간과 계절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도는 순례자일 것입니다.
조그만 비닐 포장의 십원짜리 사카린 봉지, 그 쓰고도 달콤한 맛을 다시 떠올리며 모든 계절의 즐거움과 행복을 생각합니다.
오랜 친구나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Winter Song을 함께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부럽고도 행복한 순간일 것입니다.

* 이 앨범에선 Yes의 Rick Wakeman이 Organ을 연주하였습니다.
 

1999. 5. 10. 월.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