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e : 맑개 갠 하늘, 평온, 침착
kip : 하숙, 침상, 잠,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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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들의 노래를 들은 것은 어떤 포크음악 베스트 앨범을 통해서였습니다. 
"Strangely Strange but Oddly Normal"이라는 분위기 좋은 곡이었습니다. 노래를 좀 못부르지만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맑은 리코더 소리에 끌리었습니다.
이상하게 이상한 박사라고나 해야 할까요... 이들의 노래가 풍기는 분위기는 정말 이상한 것입니다. 
노래를 참 어눌하게 부릅니다. 가수로서의 가창력을 가지고 부르는게 아니라 취미삼아 노래하는 사람의 목소리 같은 것이지요. 장난을 많이 치며 즐겁게 노래합니다. 그런데도 즐겁기 보다는 자꾸 슬픈 느낌을 갖게 하는 앨범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건지, 장난을 하는 건지, 웃자고 노래하는 건지, 슬퍼하라고 노래하는 건지, 아니면 행복을 찾는 것인지...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에는 다음과 같은 이상한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1. 거의 '가수'라 말하기 힘들 만큼 보컬과 화음이 엉성합니다.
2.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대충 불러대는 음악 모임 같습니다. 
3. 노래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리코더 소리가 아주 듣기 좋은데, 맑고도 슬픈 느낌입니다.
4. 기타 치기가 귀찮은 건지, 기타줄을 금으로라도 만든건지, 아니면 기타 연주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주  간결하게 멜로디만 조금씩 들려줍니다. 엄청 게으릅니다. 악보나 준비하고 연습이나 제대로 하여 곡을 연주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5. 대충 노래따라 맞춰가는 (드럼셋이 아닌) 북소리가 가끔 등장하며, 애써 즐겁게 노래하려 하지만 곡마다 슬픔이 가득합니다. 엉성한 광대들의 노래입니다. 
이렇듯 <Kip of the serenes> 앨범은 이상한 사람들의 어설픈 노래가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Kip of the Serenes

Strangely Strange but Oddly Normal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Dr. Strangely Strange의 노래입니다. 리코더 전주가 참 예쁘장한 곡이지요. 리코더는 이 노래를 참 아름답고도 서글픈 느낌으로 이끌어갑니다. 이 노래만 들으면 어디선가 반가운 봄비가 내리는 느낌입니다.

Dr. Dim and Dr. Strange
이들의 노래는 모두가 장난 같습니다. 첫 부분의 보컬을 들어보면 그 우스꽝스러움에 다들 "허허"하고 웃을 것입니다. 억지로 웃기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오르간의 엉성한 웅장함도 조악하기 그지없는 장난처럼 들리는데 유머와 비애감, 코믹함과 슬픔이 함께하는 묘한 느낌을 끊임없이 자아냅니다. 리코더는 특히 이 곡에서 맑고도 슬픈 느낌을 이어줍니다.
피아노와 기타는 애조띤 멜로디를 연주하지만 오르간 소리가 울려퍼지면 또 억지로라도 즐겁게 노래하려는 듯 합니다. 퍼커션이 그냥 북소리처럼 단조롭게 둥둥거리기만 하는 엉성하기 짝이 없이 느슨한 이 노래에 매력이 가득합니다. 애조띤 피아노 연주가 다시 등장하며 기타가 그 슬픔을 따라갑니다. 끝부분은 처음처럼 어눌한 보컬과 오르간으로 힘차게(?) 마무리됩니다.

Roy Rogers
모처럼 기타가 아르페지오 형태로 연주됩니다만 그것도 잠시... 대충 대충 떼워대는 이상한 합창과 합주가 이어집니다. Country Music의 향수가 어려있는 곡입니다. 맥주 한잔 들이키며 부르지 않았을까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역시 리코더 소리로 마무리됩니다.

Dark Haired Lady
사기꾼같은 이들이 허풍만 떨어대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렸을까요. 시작 부분의 아주 간결한 기타 멜로디가 대단히 슬프고도 매력적입니다. 베이스처럼 연주되는 기타 멜로디는 어디선가 귀에 익은 옛노래 같은데, 보컬도 덜 장난스러운 것이 조금은 수상할 만큼 차분합니다. 두개의 피리 소리가 처량하니 울려퍼지면 힘이 빠지는 기분입니다.
종반부는 공연을 망친 곡마단의 퇴장 같습니다. 애써 재즈풍의 흉내를 내며 감정을 추스리다 쓸쓸하니 막을 내리지요. 비슷한 제목과 이미지 때문인지 이 노래는 자연스레 Donovan의 Dark Eyed Bluejean Angel을 연상시킵니다.

On the West Cork Hack
다시 곡조는 제 마음대로의 술취한 파티처럼 흘러갑니다. Roy Rogers에서 한잔 한 그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일까요.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걸어가며 아무렇게나 불러대는 듯한 보컬입니다. 예의 북소리가 대충 그 뒤를 따라가고, 리코더는 여전히 슬픈 곡조를 들려줍니다.
예쁘장한 실로폰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곡입니다. 예전에  TV에서 만화로 배우는 영어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속에 나오던 재미있고 장난스런 노래들 같습니다.

A Tale of Two Orphanages
인트로의 기타가 깔끔하고도 듣기 좋습니다. 보컬은 여전히 구제불능이지만 장난처럼 부르지는 않습니다. 모든 곡에서 그러하듯이 그 촉촉한 목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은 것이었습니다. 장난기 속에 슬픔이 가득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지요.
뒷부분은 합창으로 대충 대충 막을 내립니다.

Strings on the Earth and Air
신파조의 스트링에 이어 촉촉한 목소리가 나즈막히 속삭이듯 노래합니다. 다들 속아넘어가겠지요...... 짧고도 아름다운 곡조입니다.

Ship of Fools
오르간과 베이스가 희미하게 깔리면서 어눌하게 노래합니다. 바보들의 배라기 보다는 바보들의 동요-바보들의 합창 같은 노래입니다.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풍금치면 아이들이 따라하듯 오르간 반주 속에 한소절씩 따라서 불러나갑니다. 그런데 선생님 노래가 엉터리라 아이들이 고생할 것 같습니다. 꿈꾸는 듯한 실로폰(stylaphone) 소리가 어린시절을 회상케 합니다. Doors의 노래와는 동명이곡입니다.

Frosty Morning
기타와 리코더, 실로폰이 잘 어울리면서 다정한 멜로디를 들려주다 게으른 보컬이 흘러나옵니다. 이젠 노래 부르기도 귀찮은 듯 힘이 빠져 있습니다. 하지만 서리내린 아침,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이들도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즐겁게 노래합니다. 목이 쉰 듯 꺼이꺼이 하며 행복한 꿈에 기꺼이 목청을 올리며 노래를 맺습니다.

Donnybrook Fair
집시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날카로운 기타 연주에 즐거운 피리 소리가 더해지는데 어쩐지 마음이 아픈 곡조입니다. 
Dark Haired Lady에서 귀에 익은 매력적인 기타 소리가 다시 등장합니다. 템포가 느려지면 처량한 리코더가 구성진 멜로디를 들려주다 보컬이 나옵니다.
이들 '이상한 장난 박사들'은 울다가도 웃을 사람들처럼 변덕을 부리며 왔다갔다 합니다. 하지만 '난투 - Donnybrook Fair'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틀려도 웃어가며 대충 대충 노래를 이어가는데,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하모니엄인지 오르간인지 경적 소리처럼 연주되면 또 맥주 파티가 시작되었는지 숲속의 나무꾼들처럼 즐겁게 노래합니다. 만돌린 소리가 토속적인 느낌을 주며, 나레이션이 다정하게 들립니다. 
ㅡ 혼자 노래를 들어며 속으로 말합니다. "이 사람들아, 이젠 변덕 부리지마. 제발." 
그러면 이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밤처럼 갑자기 얌전해져서 성가대석에서 노래하는 듯 차분히 끝을 맺습니다. 유쾌하고 슬프고 장난같고 아름다운 이상한 노래입니다.

Lazyhappyfool : Dr. Strange Feeling
(Strangely strange but oddly sad)

Dr. Strangely Strange에게는 그다지 내세울만한 것이 없습니다. Spirogyra의 정열이나 비장함도 없고, Pentangle 같은 기교와 절제된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Magna Carta처럼 순진하고 달콤하지도 않고, Mellow Candle처럼 대중적인 감각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래는 결코 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엉성함 속에 정교한 감성이 있고, 유쾌함 속에 슬픔이 배어 있고, 엉터리 보컬과 연주 속에 가슴을 찌르는 곡조가 있는 이상한  사람들의 잊지 못할 앨범입니다.
(그들의 두번째 앨범은 <Heavy Petting>이라는 엄청난 제목인데 어떤 것인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늴리리 늴리리 풀피리 소리
멀리서 들리는 풀피리 소리
둥실둥실 달 뜨는 밤에
우리 언니 잘도 불던 풀피리 소리

<Kip of the Serenes> 앨범을 듣노라면 국민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풀피리"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 구슬픈 풀피리 소리처럼, 옛친구들의 얼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그러면 이들의 노래를 따라 마음속엔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Dr. Sadly Sad...
 

1999. 5. 10. 월. J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