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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redible String Band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포크록 밴드. 이들은 영국 포크의 전통과 미국적 컨트리 음악이 적당히 혼합된 느낌을 줍니다.
이들은 다양한 악기 연주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보컬과 작곡 마저 분담이 가능한 다재다능한 사람들의 모임 같습니다.
이들의 보컬 스타일은 Bob Dlyan의 영향이 느껴지곤 하며 껄쭉한 목소리는 때로 Spirogyra의 Martin Cockerham을 떠올리게 합니다. Spirogyra + Bob Dylan + Dr. Strangely Strange. 
상큼한 시골길의 흙냄새를 노래로 들려주는 Credible String Band입니다.
그다지 못믿을 만큼 놀라운 연주 실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촌스러움 만큼은 확실히 incredible 합니다.

My Father Was a Lighthouse Keeper
내 아버지는 등대지기였네 ㅡ 앨범을 듣기 전에 제목들을 볼 때는 좀 식상한 느낌이었습니다. 노래마저 그 제목처럼 나갔다면 정말 유치한 곡이었을 것입니다.
투박한 보컬이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좀 심각한 듯 시작한 곡조가 뒤로 갈수록 경쾌하게 반전되는 느긋하고 낙천적인 곡입니다.
(앨범 표지에서 Mike Heron의 인상이 참 좋습니다. 서글서글해 보이는 얼굴이면서 어딘가 카리스마가 있을 것 같습니다.)

Antoine
일요일의 성당 같습니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나면서 시작합니다. 내 취향에선 좀 지리멸렬한 느낌이 많은 곡입니다. 감상에 약간의 인내와 이해가 필요한데 나는 아무래도 수양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트링'만은 대단히 아름다운 곡입니다.

Restless Night
곡조는 이상하게 오르락 내리락하며 이상한 보컬로 노래합니다. 묘한 매력이 넘치는 곡입니다. 단속적인 곡조 속에 물방울 같은 악기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Sunday Song
생각해보면 영국 포크그룹들에서의 여성 보컬의 색감은 대개가 비슷합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Fairport Convention, Pentangle, Spirogyra, Mellow Candle, Clannad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Joan Baez나 Mary Hopkin 같은 싱어들도 같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Joan Baez의 영향 탓인지도...)
물론 조목조목 따지자면 나름대로의 개성을 갖고 있겠습니다만 비교적 비슷한 목소리들입니다. 그런데 Incredible String Band의 목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Likky. 가명인 듯한 이름을 가진 이 여자의 보컬은 묘합니다. 처음엔 그 정떨어지는 고음의 목소리가 무척 거슬렸습니다. Likky의 어린애 같은 목소리로 시작한 노래는 Heron의 보컬이 등장하면 장중해지곤 합니다.

Black Jack David
컨트리 풍의 아주 경쾌하고 매력적인 곡입니다. Heron의 목소리가 아주 잘 어울리고 바이올린과 만돌린, 손뼉소리가 모두 신나게 어우러집니다. 
환경 호르몬이나 유전자 조작, 다이옥신 파동 등을 생각하면 이 노래 속의 정경은 더욱 부러운 것으로 바뀝니다. 
청소시간, 설겆이 시간에 이런 노래 들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틀어놓고 빗자루 들고, 고무장갑 끼고 부지런히 뛰어다닌다면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요. 특히나 그것이 남자의 몫일때.^^
Magna Carta의 Home Groan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곡인데, 좀더 토속적인 사운드가 강한 듯 합니다. The Band와 함께 하던 시절의 Dylan 노래 같기도 합니다.

Banks of Sweet Italy
처음 들었을 때 Likky의 고음 보컬은 방정맞고도 섬뜩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어쿠스틱 기타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가 시작되면 그녀의 목소리가 나름의 매력을 발휘합니다. 
베니스의 운하 위에 서있는 아름다운 건물들, 그 창가에서 들릴 법한 노래 같기도 하고 "혜성의 재앙을 물리치는 환약"을 팔러 다니는 유럽 약장수의 노래 같기도 합니다. 물론 그다지 수지맞지는 못했겠지요. 
하염없이 연인을 기다리거나 약을 팔지 못해 처량하게 돌아가는가 봅니다. 약간의 마약 성분이 있는지 이 노래를 듣노라면 나른함이 따스하게 온몸으로 흐릅니다.

The Actor
약장사가 시원찮아 유랑극단으로 바뀌었을까요. 낮은 기타 아르페지오와 피아노 소리 너머로 슬픈 곡조가 한동안 이어지다 광대의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울다가 웃다가... Dr. Strangely Strange의 노래처럼 시끌벅적하고 변덕스러운 곡입니다. 여기서는 LeMaistre의 목소리가 잘 어울립니다.

Moon Hang Low
지친 몸을 쉬는 술집에서 바라보는 달... 이젠 또다시 바뀌어서 재즈로 갑니다. Free Jazz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재즈입니다.

Sailor and the Dancer
서글픈 밤의 노래 같습니다. Likky의 방정맞은 목소리도 듣기 싫지는 않은 노래입니다. LeMaistre의 목소리는 Pentangle이나 Clannad의 굵은 남성보컬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코디언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하모니엄 연주가 곡조에 잘 어울리며 아름답습니다. Spirogyra의 비애감과 일맥상통하는 이 노래는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Banks of Sweet Italy, The Actor와 함께 내 마음을 가장 끄는 노래입니다.

Seag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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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나 슬픔이거나ㅡ전반적으로 짙은 느낌을 가진 앨범이었습니다.
어떤 믿지 못할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잠들어 있을까요. 짙은 흙냄새. 볏단에서 나는 케케묵은 냄새, 정자나무 아래의 대청마루, 한복입은 색시가 그려진 낡고 빛바랜 부채...
Incredible String Band의 노래를 듣는 동안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토양에서 자라온 음악이건만 '민요'라는 점에서는 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1999. 6. j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