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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matic for the People>은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R.E.M.의 앨범입니다. 이제 여덟장의 앨범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서 보기 힘든 그들의 앨범도 언젠가 들었으면 싶은 바램입니다.
Drive를 들은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며, 그 곡을 좋아했지만 R.E.M.에 큰 관심을 두진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E-bow the Letter를 알게 되어 나는 R.E.M.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New Adventures in Hi-Fi> 앨범을 들었고,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Automatic for the People> LP판을 처음부터 다시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R.E.M.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촌스런 디자인의 앨범들(이 앨범의 디자인도 물론 썰렁하기 짝이 없습니다), 볼품없는 얼굴이지만 그들의 노래는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가 함께 하는 감각으로 세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쉽사리 좋아하지 못할 음악적 색채 때문인지 많이 알려진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언젠가는 틀림없이 우리에게서도 각광받는 밴드가 될 것입니다.

Drive
시작 부분의 기타 아르페지오가 꽤 울적하게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Michael Stipe의 보컬도 에코가 많이 걸린 저음인데 아주 듣기 좋습니다. 야간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 약간은 암울합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라디오에서였는데, 듣는 순간 마음에 드는 곡이었음에도 어딘가 지나치게 팝적인 밴드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Automatci for the People을 다시 듣게 되었을 때 나는 그게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이 노래에 관해서도. 의심할 여지없이 Drive는 그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Smack, crack, bushwhacked.
Tie another one to the racks, baby.
Hey kids, rock and roll.
Nobody tells you where to go, baby.

What if I ride? What if you walk?
What if you rock around the clock?
Tick-tock. Tick-tock.
What if you did? What if you walk?
What if you tried to get off, baby......

제목과는 반대되는 밝은 분위기의 Try Not to Breathe가 있고, 환멸의 사랑 이야기 같은 The Sidewinder Sleeps Tonight도 있습니다. 이 곡은 노래가 이상하게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 꼭 판이 튀어 제자리 걸음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Everybody Hurts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입니다. R.E.M.의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느끼는 엉뚱한 결론은 "사람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노래는 강렬한 음악적 색채로서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밴드보다도 특이합니다. 빡빡머리에 바싹 야윈 아편쟁이 같은 인상의 Michael Stipe을 보면 대단히 별스런 인종 같습니다. 하지만 그라고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제각각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결코 다르지 않는 똑같은 느낌들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부자이거나 힘없는 사람이거나 모두 같이 느끼는 것들이 있지요. 그리고 Everybody Hurts를 들으면 그 느낌에 관해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 졸리우는 듯한 지루함이 있는, 잔잔하고 평화로운 발라드입니다. Rapid Eye Movement의 세상으로 가려는 순간입니다.
울적한 곡조를 가진 Monty Got a Raw Deal을 듣고 있노라면 아주 왜소한 군상들이 떠오릅니다. 이상 성격, 싸이코, 왕따, 말수적은 외로운 남자, 옷가게에 들어갈 용기가 없어 바깥을 서성이는 사람, 바가지를 덮어 쓰고도 아무소리 못하고 나오는 사람... 결코 어리석은 바보가 아니지만 상황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버리곤 합니다. 부끄러움과 자책의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겠지요. Monty Got a Row Deal은 그런 사람들에 관한 노래처럼 여겨집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일들을 겪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든 나날입니다.
Michael Stipe은 미국의 공화당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 같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인가 본데, 그의 정치적 성향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다만 Ignoreland는 미국 공화당의 정책을 비판한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E.M.으로선 예외적으로 보코더를 사용하여 음성변조를 시도한 곡으로 사운드가 꽤 신나고 매력적입니다. 냉소적인 느낌이 많은 곡으로 정치판은 모두가 똑같은 것임을 확인케 하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더욱 잘 어울릴 노래 같습니다.
Man On The Moon은 R.E.M.이 좋아하는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꽤 낭만적인 곡입니다. 이런 노래들을 보면 Michael Stipe은 대단히 따스하고 정적인 사람 같습니다. 한가한 여름밤에 어울릴법한 노래입니다. 이들이 Velvet Underground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밴드임을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Nightswimming은 현악기와 피아노가 이채로운 곡으로 팝적인 곡조와 클래시컬한 연주가 이채롭게 어울리며, 마지막곡 Find The River는 회상적으로 흘러가는 밝고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R.E.M.은 도무지 헤어날 길 없는 암울암 속에 있는 것 같다가도 이런 노래들을 통해 회복(?)되곤 합니다.
 

1999. 6.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