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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angle의 음악을 아주 즐기는 편임에도 그들 앨범에 관한 리뷰는 처음 쓰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Folk Music의 진수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절제된 연주와 곡조 속에  전통과 시대적 감각을 함께 담아낸 것이었습니다만 <One more Road> 앨범은 그런 Pentangle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것입니다.
여섯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해체되었던 Pentangle이 재결성되어 몇번의 멤버 교체를 거친 뒤에야 발매된 앨범이기 때문입니다. 일렉트릭 기타가 등장하기도 하고, 드럼 사운드도 예전에 비하면 파격적일 만큼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Pentangle 특유의 색깔을 잃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핵이라고 할 보컬리스트와 기타리스트가 여전히 있었으니...

Travelling Solo
아주 매력적인 첫곡입니다. 이 곡에서 Jacqui McShee는 예전의 목소리와는 좀 다른 창법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이국적인 느낌의 곡조가 Travelling Solo를 독특한 분위기로 이끌어 가며, 세련된 편곡은 이 곡을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빼어난 트랙 가운데 하나입니다.
Did we stand upon some lofty height
Searching for the answer
Did you call to me with your childlike eyes
Searching for the answer

Oxford City
Cruel Sister나 The Lily of the West와 비슷한 소재를 가진 이야기입니다.
이들 민요조 노래속의 사랑과 질투는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 들입니다.
변심한 여인에게 건네준 술잔에는 독이 들어 있었고, 자신도 물론 그 술을 마십니다. 그는 '영원히 함께'라 믿는데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
강한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옛 Pentangle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Endless Sky
전혀 Pentangle의 노래가 아닌 듯한 소프트 발라드 풍입니다. 약간 오버한 듯한 보컬은 아마도 일렉트릭 기타를 맡고 있는 Peter Kirtley라는 멤버의 목소리 같습니다. 그는 새로운 Pentangle에서 John Renbourn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맑고 깊은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는 분위기를 달리하는 일렉트릭 기타입니다.

The Lily of the West

One More Road 
Jacqui McShee의 목소리가 이렇게 색기를 띠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앨범 자켓의 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아주머니'인데 처녀처럼 노래합니다.^^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가 유감없이 사용되어 예전의 Pentangle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사운드의 곡으로 Enya와 혈연관계에 있는 Clannad와 비슷한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팝 스타일의 발라드입니다.

High Germany 
곡조만으로 볼 때는 가장 민요풍에 가까운 곡입니다. 거의 Clannad와 비슷한 느낌으로 Clannad의 앨범에서 이 곡을 들었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요풍의 곡조 때문인지 쿵쾅대는 드럼 소리가 오히려 거슬립니다. 드럼이 삭제되고 리코더나 플룻, 휘슬 등이 들어갔다면 그야말로 집시의 음악이었을 것입니다.

Hey, Hey Soldier
Bert Jansch의 투박한 보컬이 느긋한 느낌을 주는 평화에의 작음 염원입니다.

Willy of Winsbury 
이 앨범에서 가장 긴 노래이자 가장 아름다운 노래일 것입니다. 애잔한 영국 민요의 느낌이 전편에 흐르는 곡으로 가끔씩 삐져나오는 묘한 베이스 음이 매력적이며, 피아노 선율이 아주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사용되고 있는데 때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가 봅니다.
(마음 아프게도 이 곡의 앞부분 일부가 스크래치로 인해 5초 가량이 빠르게 연주되며 튀는데 거의 해결이 안될 것 같습니다. CD의 기록 '결'을 따라 생긴 흠집입니다.)

Somali 
소말리아는 91년 독재자 모하메드 시아드 바레가 축출된 뒤 말린-웨인 종족과 모알린-웨인 종족이 영토를 분점, 8년째 내전 상태에 있는 나라입니다. 60만명 가량이 아사상태에 있고 그 가운데 1/4이 5세 이하의 어린이라고 합니다. UNICEF가 개발한 어린이 위험도 92의 나라, 먹을 것이 없는 나라, 식수가 부족한 나라, 많은 것이라고는 지뢰와 열병뿐인 나라입니다.
빠른 템포의 아프리칸 드럼 반주에 One More Road와 비슷한 보컬을 들려주는 곡입니다. 소말리아의 빈곤과 기아에 관한 연민의 노래입니다.

Manuel 
Sinead O'Connor의 <Universal Mother> 앨범에서 들었던 차갑고 맑은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일랜드의 느낌인 것 같습니다. Bert Jansch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절절하게 울려퍼지며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곡조의 사랑 노래입니다.
Only you can know how to make my heart sing
Only you will know what my love will bring.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Simon and Garfunkel의 Scarborough Fair와는 꽤 다른 진행을 보여줍니다. 조금은 무식한 듯, 부드러움이 없는 Bert Jansch의 목소리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곡입니다.

앨범 자켓이 원래 그런지, 수입과정에서 변형된 것인지 너무 촌스러운데다 가사는 오타 투성이고, 국내에서 추가한 해설지조차도 너무 무성의한 것이어서 과연 이 앨범이 들을만한 것일까 회의적이었지만 오리지널 Pentangle과 비교하여도 손색없는 앨범이었습니다. 그들의 나이나 오랜 간극을 고려할 때 좋은 음악을 계속 이어가기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음에도 연륜과 전통이 성공적으로 조합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오리지널 Pentangle이 가졌던 어쿠스틱 연주의 참맛과 날카로움이 무디어지긴 했지만 모든 곡이 부담없이 들을만한 아름다운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친숙하게 들을 수 있는 Pentangle의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1999. 7. 24. JJ.Lee(c).
 

Pentangle Discography

<Original Pentangle>
1. The Pentangle(1967)
2. Sweet Child(1968)
3. Basket of Light(1969)
4. Cruel Sister(1970)
5. Reflections(1971)
6. Solomon's Seal(1972)

<재결성된 Pentangle>
7. Open the Door(1983)
8. In the Round(1986)
9. Early in the Spring(1989)
10.Think of Tomorrow(1992)
11. One more Road(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