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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
나는 이 앨범의 제목이 왜 Desire인지 모릅니다. 몇년 전 <Desire>를 CD로 구했지만 그 이전에는 너덜너덜한 빽판으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노래들입니다. 
앨범 전체에 걸쳐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하모니카가 이국적인 꿈을 가져다 줍니다. 바이올린은 Scarlet Rivera가 연주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녀가 유명 연주인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 관한 한 최고의 연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앨범 대부분의 노래에는 EmmyLou Harris의 보컬이 들어 있는데 Bob Dylan과 매력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몇몇 곡을 제외하고 이 앨범의 작사는 Bob Dylan과 Jacques Levy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것도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Hurricane
제목처럼 폭풍같은 힘과 정열이 가득한 곡입니다. 살인혐의로 구속된 Rubin Carter라는 권투선수의 실제 이야기를 노래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분을 넘어서는 이 길고도 신랄한 노래 속에서 그는 미들급 랭킹 1위인 흑인 복서가 비슷한 체격이라는 이유만으로,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범이 되는 현실을 비난합니다. Dylan은 인종차별과 경찰의 의도된 편파수사에 관해 독설을 내뱉듯 노래합니다.(그는 재심 끝에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곡의 타는 듯한 열정은 Mozambique에서 더욱 낙천적인 형태로 구현됩니다.

Isis
이시스는 이집트의 모신으로 하늘의 신 누트의 딸이며 오시리스의 아내이자 누이이기도 합니다. 이 여신의 캐릭터는 대단히 매혹적인 것이어서 그녀에 관한 숭배는 그리스와 로마로까지 확산되어 폼페이에서는 이교도의 여신임에도 가장 주요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 속에서의 이시스는 아마도 여신같은 연인의 이름인가 봅니다. Hurricane의 암울한 정열 대신 낭만적인 열정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Planet Waves> 앨범의 Forever Young처럼 즐거운 곡조로 진행되는 노래입니다. 하모니카와 바이올린의 조화가 매력적이며, Dylan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Mozambique
이 앨범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앨범 전편에 흐르는 이국적 분위기는 이 노래에서 가장 즐겁고 낭만적인 형태로 표현됩니다. Mozambique 속의 바이올린 연주는 역마살을 재촉하듯 가끔 내 마음을 흔들어놓곤 했습니다. 대단히 경쾌하고 매력적인 노래이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이 노래 속의 정경을 오래도록 부러워 했습니다.

모잠비크, 그곳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거기 가슴 설레이는 태양을 안다
엘리어트의 <잡동사니>와
밥 딜란이 생각난다
작열하는 해변의 비석과
현란한 바이올린
나의 눈은 야자수보다도 더 높은 곳에 있고
산에 둘러싸인 만처럼 포근한
풍경이여

모잠비크의 해변. 내 나이 스물 하나일 때 쓴 모잠비크에 관한 짧은 시입니다. 세월은 꽤 흘렀지만 그 때도 이 노래는 멋진 것이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그러합니다.
Lying next her by the ocean
Reaching out and touching her hand
Whispering your secret emotion
Magic in a magical land...

One more Cup of Coffee(Valley Below)
오래도록 좋아해 온 노래입니다. 내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던 Dylan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적당히 심각하고 묵직한 사운드에 바이올린이 이국적인 맛을 더합니다. 이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듯 Dylan은 집시처럼 노래합니다. EmmyLou Harris의 약간은 색기어린 백 보컬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앨범 자켓에 실린 집시풍으로 꾸민 Dylan의 사진에도 가장 부합하는 노래 같습니다. 내가 맛도 모르는 커피 중독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to the valley below"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반복되고 있습니다. "Desire"일까요......

Oh, Sister 
지리멸렬. 
Dylan의 노래를 처음 듣거나 싫어한다면 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의 음치적 특성이 골고루 표출되는 "지리멸렬하고도 매력적인 곡"입니다. 바이올린과 하모니카는 이 곡에 더 많은 낭만성을 부여하며, 컨트리풍의 곡조는 꽤 미국적인 느낌을 갖게 합니다.

Joey
Dylan 특유의 "앞니 빠진 사람의 발음" 같은 특성이 처음부터 나타나는 "피곤한 목소리"의 노래입니다. 그의 수많은 노래들이 이러한 발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는 그것들을 대단히 좋아합니다만 그 매력이 정확히 무엇이라고는 말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중반 부분에 읽는 듯 부르는 부분이 아주 매력적인 이 곡은 Hurricane 만큼이나 가사가 엄청나게 깁니다. 다 외워서 부르는 것도 대단히 신기한 일인 듯. Joey 역시 실존인물로 갱이었다고 합니다.

Romance in Durango
Oh, Sister, Joey, Romance in Durango는 비슷한 풍의 곡들인데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이국적인 정열이 많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Chili Pepper, Magdalena, Aztec...멕시코에서의 낭만적인 한때인가 봅니다. 베이스 연주와 트레몰로 기타, 낙천적인 아코디언 연주는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을 스테이지(?)로 이끄는 듯 합니다. Dylan의 묘하게 꼬인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곡으로 일부 가사는 스페인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뒷 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낭만과 정열이 넘치는 남미의 아름다운 밤이 더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tango, fandango, gogo처럼 춤에는 "go"라는 접미사(?)가 많이 붙는데 Durango는 지명 같은데 춤 이름처럼 생각되곤 합니다.

Black Diamond Bay
역시 하모니카와 바이올린이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경쾌하고 낭만적이면서도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있는 곡조입니다. 이 노래의 베이스 연주는 <Dylan> 앨범의 Lily of the West처럼 단순하면서도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Dylan을 좋아한다면 다들 좋아할 노래일 것입니다.

Sara
자신의 애인이자 아내였던 Sara Lowndes에 대한 절절한 찬미입니다. 슬픈 곡조 속에 온갖 추억이 어려 있으며, 그는 후렴마다 Sara를 부르며 그녀를 찾아갑니다.
노랫말 속에 나오는 Sad Eyed Lady of the Lowlands는 그가 1966년에 발표한 <Blonde on Blonde>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이 Sara의 가사에도 등장합니다. 아마도 그녀의 이름 Lowndes에 대응하는 Lowlands인가 봅니다.
지나친 우상화(?)의 노래입니다만 상당히 애절한 느낌의 곡이며, 이 곡의 하모니카 소리를 나는 정말 사랑합니다. John Lennon의 노래 Oh Yoko!의 중반부에 나오는 하모니카 소리처럼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입니다.
Lovin' you is the one thing i'll never regret...

Desire.
나는 이 앨범의 제목이 어떤 이유로 Desire라고 붙여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Desire를 듣는 동안 나는 통렬한 현실 비판 너머로 꿈꾸는 듯 펼쳐져 있는 무엇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은 사랑과 낭만에의 정열적인 꿈이며, 때로 그것은 붙박혀 있는 떠돌이 ㅡ 나의 꿈에서도 이어집니다. 그것은 내 희망의 절반이며 절망의 절반이며 "나의 Desire"입니다.
 

1999. 7. 25. jjlee(c).
 

PS. 앨범 부클릿의 말미에는 <Songs of Redemption>이라는 제목으로 Allen Ginsberg의 <Desire> 앨범 리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