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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 Dylan에 대한 영국의 회답이라고 불리웠던 Donovan. Dylan처럼 포크 음악으로 시작한 그는 Dylan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곤 했습니다. 초기의 앨범들에선 포크 음악과 더불어 재즈적인 스타일을 즐겨 보여주기도 했고, 60년대의 후반에 들어서는 그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히피 포크록 뮤지션"이었고, 동요에서 싸이키델릭 록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70년대에도 <Essence to Essence>, <Slow down World>, <7-Tease>, <Cosmic Wheels> 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나 80년대 이후로는 눈에 띌만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996년. 나는 그의 새 앨범 <Sutras>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tras>는 1946년생인 Donovan이 만 50의 나이에 미국에서 제작하여 발표한 앨범입니다. 자켓의 사진을 통해 그의 세월과 나이를 새삼 짐작할 수 있었고, 모랫벌에 누워 있는 뒷면 사진과 해변의 얕은 물결 위를 걷는 모습이 앨범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는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미국적인 취향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입니다만 그의 낭랑한 목소리와 연민의 감정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을 사람들에게 쉽사리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Donovan이라는 가수에 관한 어느 정도의 호의적인 이해와 느낌이 없다면 이 앨범은 참 밋밋하거나 지나치게 감상적인 특색없는 노래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Dedicated to she. 이 앨범은 아마 자신의 아내에게 헌정한 것인가 봅니다.

Please Don't Bend
첫 곡부터가 한숨쉬며 부르는 슬픈 노래입니다.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간절한 호소같은 것이지요. <Sutras> 전체에서 도노반은 애조띤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들려주며, Pentangle에서 어쿠스틱 베이스를 연주했던 Danny Thompson의 멋진 베이스 연주도 들을 수 있습니다.

Give It all up
No sorrow deeper than to be away from you,
No distance farther than a night not spent with you.
60년대. 옛 Donovan의 자취가 물씬 풍기는 잔잔한 사랑노래입니다. 예전의 노래들처럼 보컬에 약간의 에코 효과가 있었다면 참 듣기 좋았을텐데 그는 이 앨범에서 거의 '생목소리' 그대로를 들려주기 원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기 위해 다른 모든 걸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No sadness deeper than this longing for you 

Sleep 
잠은 마음의 평안을 찾는 쉬운 길일까요. 찬송가처럼 느껴지는 느린 장조의 곡이지만 아련한 슬픔이 배어 있습니다. "Blessing for the Soul's Release"라는 책(?)을 통해서 가사를 만들었나 봅니다. 그의 목소리는 좀 억눌린 듯 이상하게 들리지만 어쩌면 간절한 염원의 표현 같기도 합니다. 마음의 평화와 휴식에 대한 기원이 담긴 이 곡은 <Sutras> 앨범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아닐까 합니다. 첼로와 키보드의 부드러운 선율이 이 노래를 더 평온한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verlasting Love
I love you like the sea, everlasting sea, everlasting sea... 좀 오버한 감정의 노래입니다. 쉰을 넘긴 사람의 노래가 어찌 사춘기 소년 같은 느낌입니다. "바다처럼, 땅처럼, 태양처럼 영원토록 당신을 사랑하겠노라"는 이야기입니다. 첼로와 멜로트론이 매우 쓸쓸하고 우울한 느낌으로 연주됩니다. 절절한 그의 마음이겠습니다만 단순하고도 지나친 감정노출로 인해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닭살 돋는다"고 할 것도 같습니다. 나는...

High Your Love
이 노래의 시작은 조금은 촌스러운 듯한 찬송가처럼 들립니다.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대목인데 이 부분이 다시 반복되면 인도풍의 타블라 연주가 시작되면서 동서양의 미묘한 만남이 이어집니다. Sai Baba Community의 "Spiritual Melody"에서 영감받은 곡이라고 합니다.

The Clear-browed One
음의 높낮이가 별로없이 읊어가는 곡으로 중반부에서 잠깐 흘러나오는 Donovan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상큼합니다.

The Way
이 곡은 아마도 중국의 도학(?)에서 영감받은 것인가 본데 "Tao Te Ching"이라는 책에서 노랫말을 인용했다고 합니다. 젊은 날의 Donovan이 즐겨 들려주던 경쾌한 노래의 전통이 남아 있는 곡입니다. 
처음으로 드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곡으로 Electric Sitar가 동양풍의 미묘한 감정을 잘 좇아 가는 것 같습니다. 가볍고 즐겁고 나른한 느낌입니다. 그의 동양에 관한 동경은 ㅡ 비유에 무리가 있는 줄은 압니다만 ㅡ 프리초프 카프라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Deep Peace
마음의 평화에의 기원이 담긴 노래로 후반부의 잔잔한 키보드 연주가 경건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Nirvana
그는 여전히 (피상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동양의 바닷가를 거닐고 있습니다. 비틀즈를 따라 마하리쉬를 만났을 때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러한가 봅니다. The Miracle of Mindfulness : A Manual on Meditation이라는 책을 인용하여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목부터 그러하지만 역시 좀 오버한 듯한 심각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노래입니다. 해탈주라도 외워야 할 것 같은...^^
슬픔과 허무함이 가득한 이 노래는 중반부 기타 애드립이 없다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록 발라드의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좀 심각하지만 슬프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Gone, gone, gone to the other shore
Gone, together to the other shore 
O-awakening. All hail...

Eldorado
보물을 찾아 수만리 타향을 떠도는 스페인 병사의 향수어린 밤 같은 정경입니다. 이름모를 벌레 소리 울어대는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부르는 노래... 에드가 앨런 포우의 시 Eldorado에 노래를 붙인 것으로, 마음의 보물을 찾는 우수어린 탐색자의 밤에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Be Mine 
Be mine and I will be thine. ㅡ 찬송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키보드 연주와 애잔한 피아노 소리가 그와 그녀의 맹세를 경건하게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Sappho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Lady of the Lamp 
Nirvana처럼 역시 좀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입니다만 이 곡의 정적인 흐름은 잔잔하니 아름답습니다. Donovan의 옛노래 Lalena를 연상시키는 비슷한 흐름을 가진 곡입니다. 어둔 밤길 등불을 든 여인을 따라 가는 삶입니다.

The Evernow
60년대의 화려한 날들에 관한 추억일까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조금은 어둡고 쓸쓸한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To only know the single moment living in the Eternal...

Universe Am I
우주를 충만케 하고 빛나게 하는 사랑에의 각성과 염원이 담긴 곡입니다.
얼기설기 감상해본 가사는 약간 과잉된 것이었지만 그의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거니 생각합니다.

이 앨범 속에는 세상의 많은 것이 뒤섞여 있고, 그가 알거나 모르거나, 이해했거나 하지 못했거나, 그는 그들을 사랑하고 동경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축복송을 기억해내고, 명상의 세계를 두드리기도 하며, 동양 정신에 관해 나름대로의 만남을 시도합니다. 옛 그리스 시인의 사랑을 노래하고, 포우를 따라 엘도라도의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는 평안 속에서, 또는 슬픔 속에서 그들을 바라봅니다.

오래도록 Donovan에 관한 나의 애정의 대부분은 그에 관한 연민같은 것이었습니다. <Sutras>는 그가 쉰의 나이에 발표한 앨범임에도 여전히 나로 하여금 똑같은 연민에 빠지게 합니다. 
어딘가 삶과 사랑,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골고루 살펴보는 듯한 앨범이기에 그 느낌은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그의 슬픔은 삶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될 것인가 봅니다.

Sleep of seven lights upon you 
Sleep of seven joys 
Sleep of seven slumbers on you 
In your easy poise...
<Sleep>

1999. 7. 28. jjlee(c).

PS. The Way의 가사가 되었던 "Tao Te Ching"은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해설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