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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tipe : Vocal
Peter Buck : Guitar
Mike Mills : Bass, Keyboard
Bill Berry : Drum

R.E.M.은 1980년에 결성되어 1996년의 <New Adventures in Hi-Fi> 앨범까지 멤버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98년작 Up이 만들어지기 전에 Bill Berry의 탈퇴가 있었습니다. 멤버 간의 불화라기 보다는 건강상태에 따른 일신상의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십수년을 함께 해 온 드러머의 탈퇴는 R.E.M.의 사운드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보입니다. 세션맨에 의한 이 앨범의 드럼 연주는 예전의 깔끔함 보다는 테크노 사운드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R.E.M.의 독특한 염세적 감성과 지적인 분위기,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따스함은 그들의 음악을 한결 더 가까운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New의 E-bow the Letter나 How the West..., Electrolite처럼 맑고 풍부한 소리와 감성을 들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숨기기 힘든 많은 감정들에 대한 더욱 솔직한 고백 같았습니다.

Airportman 
앨범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곡으로 서곡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Up> 앨범의 몇몇 곡에서 나타나는 몽롱하고도 써스펜스적인 분위기와 일맥상통합니다. 보컬과 가사가 있는 곡이지만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Lotus 
Beatles의 Rain같은 싸이키델릭한 연주로 시작되는 Lotus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강한 비트를 가진 곡입니다. Automatic for the People 앨범의 Ignoreland만큼은 아니지만 약간의 음성변조를 통해 냉소적인 느낌을 많이 풍깁니다. 70년대 Roxy Music의 진보적이고도 감각적인 사운드를 연상케 합니다. 너무 펑퍼짐한 드럼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를 제외하곤 모두가 매력적입니다.
Let it rain, rain, rain. Save me from myself again.
Let it rain, rain, rain. Bring my happy back again.

Suspicion 
인트로의 몽롱한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의혹이라는 제목에 어울릴법한 연주... 대단히 빼어난 감각을 가진 곡으로 오늘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Hope 
자조적인 Michael Stipe의 목소리로 인해 이 노래가 "Hope"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묘한 뉘앙스가 있는 희망의 노래입니다.
You want to climb the ladder
You want to see forever
You want to go out Friday
You want to forever...

At My most Beautiful 
아편쟁이처럼 퀭한 눈빛에 바싹 마른 몸. 빡빡머리. Michael Stipe은 싸이코처럼 보이거나 외계인처럼 생각되곤 합니다.
하지만 차갑고 자조적이고 자기비하적인 R.E.M.의 많은 노래들의 장벽을 비집고 가끔 들을 수 있는 따뜻한 목소리...
At My most Beautiful도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Hope가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로 끝나면 곧장 울려퍼지는 아련한 피아노 소리... 연인의 속눈썹을 헤아릴 수 있는 둘만의 행복한 순간이 여기 있습니다.
Michael Stipe 자신의 언급에 의하면 처음 만든 사랑 노래라고 합니다. 
(I really want to find a way, a way to make you smile...)

The Apologist 
I wanted to apologize for everything I was. I'm sorry, so sorry...
베베꼬인 멜로디를 따라 읊조리는 자기모멸적인 독백 ㅡ Michael Stipe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코 은닉할 수 없었던 너무 많은 것들, 너무 많은 문제, 단점, 약점, 결점에의 즐겁고도 쓰라린 노출입니다. 
죄많은 나는 가끔 이 노래를 따라 "So Sorry"를 불러봅니다.

Sad Professor 
곡 자체가 아주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R.E.M. 특유의 고립적인 삶의 정경이 담긴 노래입니다. 어딘가 Cranberries 같은 곡조와 창법이 느껴집니다.

You're in the Air 
You wanted a challenge That's calling you higher I landed on my feet by crawling I remember standing alone trying to forget you idling I hate to admit that That's my reference point But there it is you say you want me...
꽤 정적이고 동양적인 느낌의 곡으로 일렉트릭 기타가 시타 같은 느낌으로 동양적인 멜로디를 들려주곤 하는데 이 부분이 압권입니다. 노래가 끝에 가까워질수록 비애감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내게는 안타까운 곡조, 의미심장한 이야기였습니다.
I'm what you found I'm upside down You're everywhere You're in the air and I am breathing you.

Walk Unafraid 
Pink Floyd의 Syd Barrett을 연상케 하는 병적인 고립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그러한 고립감을 잘 제어하는 듯 다양한 감정을 섭렵하고 있는데 그것이 매력적입니다.

Why not Smile 
Velvet Underground를 즐겨 리메이크한 R.E.M. 이 곡 역시 Velvet Underground의 달콤한 발라드를 연상케 하지만 좀 수선스럽습니다.
일렉트릭 기타가 백파이프처럼 연주되기도 하고, 저음의 피아노가 야릇한 매력을 풍기기도 하고...

Daysleeper 
묘한 엇박자의 템포를 가진 곡으로 완급의 기복도 심합니다. 슬픔과 흥분이 변덕스레 교차하는 노래여서인지 분위기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첫번째로 싱글 발표된 곡입니다.
백일몽 : 그냥 날 내버려둬 ㅡ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게으르고 행복한 침몰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Diminished 
Suspicion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매력적인 전주입니다. 착찹하게 가라앉은 감성이 아주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기 보다는 알지 못할 어떤 미묘한 감정적 상태를 끊임없이 지속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나를 둘러싼 하나의 풍경이라면 낮은 구름이 안개처럼 피어 오르고 비 소리가 모든 곳에서 다가오는 것일 것입니다. 빗속을 달리는 차들의 느린 행렬을 바라보며 꿈꾸는 느낌, 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오는 날의 실내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와이퍼로는 결코 닦아낼 수 없는 흐린 시야, 표지판도 없는 알지 못할 길로의 여행입니다.

I'm not over You 
가끔 Michael Stipe의 목소리는 Sinead O'Connor를 연상시키듯 참 아름답습니다. 거의 무반주로 시작되는 이 노래 속에서 그는 참 다정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Diminished에 이어져 있는 짧은 Hidden Track입니다.

Parakeet 
물방울 소리같은 키보드 연주를 따라 흘러가는 슬프고 우울한 곡조입니다.
키보드 연주가 Cat Stevens의 Sad Lisa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보여주는 슬픔, 이미 다 드러내어 더이상 더 낮출 것도, 더 보여줄 것도 없는 발가벗은 자의 슬픔 같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덧없는 읊조림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불쌍한 새 한 마리에 관한 연민... 하지만 이 노래는 가끔 나를 평안케 하고 위로합니다.

Falls to Climb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용기일까요, 아니면 실패한 자의 자포자기일까요. 성가곡처럼 들리는 자전적 독백입니다.
자유 낙하에의 꿈과 실현 ㅡ My actions make me beautiful and dignify the flesh. 나도 배워야 하겠습니다.

몇달 전, 하루종일 비가 내리던 일요일에 듣던 <Up> 앨범. 그때의 평안과 몽롱함이 다시 생각납니다.
이제는 드러머가 없는 R.E.M., 그러나 그들의 Rapid Eye Movement ㅡ 차갑고, 몽롱하고, 아름답고, 가끔은 깊고 따스한 꿈이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벌거벗은 자의 슬픔과 즐거움입니다. 
기쁘고도 쓰라린 노출, 알지 못할 길에로의 여행과 꿈에 관한 행복한 순간이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1999. 7. 29. jjlee(c).

PS. 
R.E.M.의 앨범 자켓은 하나같이 너무 촌스러워 과연 좋은 음악이 들어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합니다. Up 앨범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최악의 수준입니다. 색상하며, 도안하며... 거기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PS 2. 
Up 앨범의 해설지를 쓴 성문영씨의 언급이 꽤 정확하여 참고 삼아 인용해봅니다.
"냉소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설상가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아픔은 아픔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 앨범이 당신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