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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틱 사운드는 대개 청승맞고 처량한 느낌을 가진 노래들이 많습니다. 때에 따라선 부드럽고 달콤한 동화가 되기도 하고...한편 싸이키델릭 음악은 대개 거칠고 비정상적이며 격렬한 이미지들을 전개합니다.
Loreena McKennitt은 이러한 이질적 분위기를 잘 조화시켜 달콤하고도 나른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캐나다 출신의 그녀는 Golden Bough의 경우처럼 미국-캐나다 풍의 포크뮤직 보다는 켈틱 사운드에 심취한 것 같습니다. 동화속의 요정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신비주의적 경향이 강한 그녀입니다만 그만한 상상력을 소리로 이미 구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여행하고, 책을 읽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만들고 직접 제작하는 행동파-실력파이니 요정의 꿈을 꾼다한들 용서해야(?) 하겠습니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국적인 리듬에 마음을 던지고 싶어한다면...

Prologue 
켈틱 포크 뮤직의 특징이라고 할 애조띠고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멜로디입니다. 잔잔한 퍼커션 연주와 신비로운 악기 소리가 비밀의 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The Mummer's Dance 
몇년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아주 나른하고도 경쾌한 느낌의 매력적인 노래를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순간에 나는 이미 그 노래에 반해버렸고 그 노래의 제목이 바로 The Mummer's Dance였습니다. 이것이 Loreena McKennitt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다행이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The Book of Secrets>를 구할 수 있었고 나는 거기 매료되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나른하고 싸이키델릭한 연주(Hurdy Gurdy인지 키보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Hurdy Gurdy일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로 시작되는 이 곡은 이국적인 퍼커션 연주에 의해 더욱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곡의 시작은 Beatles의 싸이키델릭 넘버 Tomorrow never Knows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훨씬 부드럽고 풍성하고 예쁜 환상입니다. 인트로의 환상적인 분위기도 빼어나지만 이 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피치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 기타 연주인데 진짜 나른하고 몽롱한 느낌을 줍니다. 자주 등장하지만 너무 짧아서 아쉽고도 더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6분 7초가 꿈처럼 마법처럼 순식간에 흘러가는 동안 이 노래 속의 그녀는 아름다운 psychedelic gypsy입니다.
And so they linked their hands and danced
Round in circles and in rows..

Skelling 
떠돌이일까요, 집없는 걸인이나 여행자일까요... 처량한 탄식같은 노래입니다. 애조띤 현악 연주가 이 노래를 더욱 슬픈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La Serenissima의 비애감과도 약간은 비슷한 느낌이 깊고도 아름답습니다.
O light the candle, John. The daylight has almost gone.
The Birds have sung their last. The bells call all to mass.
Sit here by my side. For the night is very long.
There's something I must tell. Before I pass along...

Marco Polo 
며칠전 어느 신문에 보니 어느 위대한 여행가의 이야기가 나와 있었습니다. '리흘라'라는 책을 쓴 모르코 출신의 이븐 바투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모 불행한 인사가 지금 이 책을 번역해서 출간할 예정이라 합니다.) 마르코 폴로보다 조금 뒤의 사람인데 유럽인이 아니었기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나 봅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여기서는 마르코 폴로라는 노래일 뿐, Loreena McKennitt이 좋아하는 마법의 여행입니다. Marco Polo는 The Mummer's Dance와 조금은 유사한 분위기를 가진 활달한 곡입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늘씬하게 차려입은 무희가 춤추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음악적인 여정으로 본다면 아마도 실크로드상인가 봅니다. 가끔씩 끊어졌다 이어지는 퍼커션 연주가 아주 매력적이고, 다양한 민속악기의 이국적인 소리가 성찬을 이루고 있습니다.

The Highwayman 
Alfred Noyes의 시를 테마로 해서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시적인 감흥이 있었던 걸까요... 그녀의 담담한 보컬이 이 곡에서만큼은 좀 오버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애상적인 켈틱 포크 뮤직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10 분 19초의 긴 노래입니다.
한편의 이야기처럼 긴, 부클릿 세 페이지에 걸친 가사입니다.
(사전 찾아보니 highwayman은 뜻밖에도 '노상강도'라는군요. 다른 뜻이 있는지...)

La Serenissima 
The Highwayman의 애잔한 분위기가 절제되고 격조있는 톤의 하프 소리에 실려 시작됩니다. 가슴을 저미는 곡조 속에 나른한 꿈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연주곡입니다.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Loreena McKennitt의 하프 연주도 빼어나지만 간간히 들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의 곡이지만 아름다움에 있어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습니다. 베니스의 운하를 따라 흐르는 절절한 감상입니다.

Night Ride across the Caucasus 
The Mummer's Dance, Marco Polo의 이국적 분위기가 또다시 매력적으로 펼쳐지는데 앞의 두 곡에 비해 느리고 장중한 느낌입니다.
봉고와 비슷하지만 보다 특이한 소리를 들려주는 퍼커션 연주가 아주 멋집니다. 연주자의 이름에서 추측건대 중동의 타악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8분 30초에 이르는 꽤 긴 노래로 외롭고 스산한 느낌입니다.
Take me dancing, take me singing
I'll ride on till the moon meets the sea...

Dante's Prayer 
이 앨범이 들려주는 이국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고요한 분위기에 침참하는 epilogue입니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민속악기와 변종악기들, 그리고 전자악기들이 잘 결합하여 동화같이 부드럽고 달콤하고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노랫말을 전혀 모른다 해도 소리에 반할 앨범이었습니다.
CD의 부클릿도 옛 필사본 같은 분위기를 내는 "마법의 책" 같은 예쁘장한 디자인입니다.

A good traveller has no fixed plans and is not intent on arriving.
- Lao Tzu(570-490, BC.)
앨범 속지에 적혀 있는 글입니다. 아마도 노자의 말씀인가 봅니다.
 

1999. 8. 15.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