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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na Carta : Chris Simpson, Glen Stuart, Stan Gordon
All Songs Composed by Chris Simpson

포크 뮤직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 포크 뮤직을 이야기할 때 Magna Carta를 빠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친근한 목소리와 쉬운 곡조, 그리고 그들이 펼쳐보이는 따스함과 평안함에 견줄만한 아티스트가 그다지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Seasons>에서 이미 그러했지만 솜사탕같은 Chris Simpson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마음을 녹이는데다 여성적인 음색을 지닌 Glen Stuart의 섬세한 고음도 참 듣기 좋다. <Lord of the Ages>는 <Songs from Wasties Orchard> 다음에 발표된 앨범으로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와 화음으로 귀를 간지럽히며 솜사탕 같은 맛을 준다. 이전의 앨범에 비해 조금은 연륜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이 앨범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Wish It Was
꽃바람 날리는 거리를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Songs from Wasties Orchard> 앨범의 수록곡들처럼 맑고 밝고 아름다운 곡으로 재미있는 운율을 가진 시처럼 발음들이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변함없는 Chris Simpson의 달콤한 목소리, 아련한 기타 연주가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느낌을 준다. 모든 노래들이 이와 같다면 세상도 그러할까...

Two Old Friends
"뒷동산 아지랑이 할미꽃 피면 꽃댕기 매고 놀던 옛친구 생각난다..."
Two Old Friends는 "옛생각"이라는 가요처럼 내게서 그리움을 끌어내는 곡이다. "모두 다 어디 갔나, 모두 다 어디 갔나..." 내겐 이미 그런 친구들이 없기에 더욱 가슴 저미는 노래인지도 모르겠다. "옛생각"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들이 사라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 스스로 잃어버린 것일 뿐이다. 
Two Old Friends의 마지막 하모니카 소리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Chris Simpson의 목소리야 늘 각별하게 달콤하지만 이 곡에서 만큼은 Mouth Harp 소리가 더 아름답게 들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그 고적한 울림이 남아 있는 동안 만큼은 누구나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될 것이다.

Lord of the Ages
Seasons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이 노래는 침잠된 분위기의 낭송에서부터 사뭇 감정이 배어 있다.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의 이미지를 풍기며 Brothers Four류의 감상적인 선율을 지닌 코러스와 쓸쓸한 멜로디의 오케스트레이션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Magna Carta의 노래로서는 드물게 꽤 강한 후크를 가진 곡이기도 하다. 짧은 부분이지만 Chris Simpson이 이례적으로 한껏 목청을 돋구어 노래하는데 나름의 박진감도 있다.(강한 일렉트릭 기타와 콩가 연주가 큰 몫을 한다. Doors의 The Soft Parade처럼.)
Seasons가 아름다움에 촛점을 둔 것이라면 Lord of the Ages의 포커스는 슬픔이 아닐까. 이 노래만의 처연한 느낌 때문에 자꾸 듣게 되는가 보다.

Isn't It Funny(And Not a Little Bit Strange)
Magna Carta의 앨범에는 가사가 수록되어 있지 않아 좀 답답하다. 가사가 있다 한들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만 노래를 들을 때마다 허전한 느낌이 든다.
오디오에 CD를 걸고 노래를 들을 때는 자켓 감상이나 가사 따라 가기, 해설지 읽기 등이 큰 즐거움일텐데 그런 면에서 맹숭맹숭한 것이다. 그나마 이 앨범에는 Chris Simpson의 글이라도 담겨 있어 다행이다. 이 노래 제목이 Isn't It Funny이라서 엉뚱하니 잡담을 좀 했다.
가볍고 예쁜 노래인데 콩가와 마림바 연주가 곡을 더 부담없는 경쾌함으로 이끌어 간다.

Song of Evening
하늘거리는 듯 가녀린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듣노라면 따뜻한 이국의 풍경이 꿈처럼 펼쳐지는 느낌이다. 선선한 여름밤에 어울릴 것 같은 한가롭고 낭만적인 곡이다.

Father John
환상적인 느낌의 도입부가 독특한 곡으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특히나 아름답다. Glen Stuart로 추측되는 고음의 보컬도 놓칠 수 없는 매력. 
Father John이 존 신부인지는 잘 몰라도 그가 신부라면 아마 시골 교회에서 일하는가 보다. 컨트리한 맛이 즐거운데 가끔은 숙연한 느낌도 있다. 만약 그가 시골 교회의 신부라면 뚱뚱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다.

That Was Yesterday
드물게 Piano 연주를 배경으로 노래한다. 리드 보컬은 아마 Stan Gordon이 아닐까 싶다. 그의 목소리가 맞을 것 같은데 좀 건조하고 밋밋하여 Chris Simpson이나 Glen Stuart에 비해 개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부르는데다 아름다운 화음으로 인하여 외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Castle in the Air"라는 드라마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Falkland Grene
Green Sleeves나 Gone the Rainbow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영국 민요풍의 슬픈 노래다. Gone the Rainbow처럼 유연한 곡조는 아니지만 Chris Simpson의 간결한 보컬과 멤버들의 코러스, 그리고 리코더가 애잔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감정이 복받친 듯한 보컬이 다른 노래와는 좀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독특하다. 단순하면서도 청승맞고 서러운 느낌인데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되는가 보다.

내가 잃어버린 많은 것을 음악으로 되찾을 수는 없지만 빈 자리를 채워주는데는 또 그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Lord of the Ages> 앨범을 듣게 되었음은 참 기쁜 일이었다. 
그래서 Wish It Was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Two Old Friends에서 돌아보는 아련한 추억, Lord of the Ages와 Falkland Grene의 슬픈 넋두리를 듣는 것은 가슴을 쓰리게 하기 보다는 다둑이는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 조만간 Incredible String Band의 몇몇 음반을 갖게 될 것 같은데 그 또한 이만큼 즐거우리라 기대한다.
앨범 부클릿에는 Chris Simpson이 70년대를 회상하며 쓴 글이 있는데 그는 Beatles, Bob Dylan, Eric Clapton, Elivis Presely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 뜻밖이었다.
 

1999. 11. 11.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