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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sed in November 1969, Manfred Mann Chapter Three was Vertigo's third album release. Mike Hugg was the vocalist, pianist and principle song writer with Manfred playing organ and arranging the album's contents. The highlight was 'Snakeskin Garter' with an excellent bass solo by Steve York. Other contributors were Bernie Living (Sax)
ㅡ from "Manfred Mann's Official Web Site"

1969년의 영국. Beatles는 <Abbey Road>를 발표하였고, King Crimson의 놀라운 데뷔 앨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이 세상에 위용을 드러낸 해이다. Cream의 휘황한 록이 열기를 뿜었고, Bob Dylan은 <Nashville Skyline>을 발표하며 Lay Lady Lay를 흥얼거릴 때 Led Zeppelin은 화려한 비행을 시작하고... 그리고 60년대의 끝에 숨어 있는 명반이 있으니 바로 Manfred Mann Chapter III이다.

Mike Hugg : Piano/Vocals
Manfred Mann : Organ/Police Whistle
Bernie Living : Alto Flute
Steve York : Fender Bass/Guitar/Harp
Craig Collinge : Drums

Travelling Lady (Hugg)
Manfred Mann의 긴장된 Organ 연주로 시작되는, Brass를 위한 Prelude라고 해야 하겠다. Mike Hugg의 퇴폐적인 목소리는 약물중독자처럼 폐인처럼 병적으로 읊조리고 관악기들의 합창은 화려하다 못해 고통스런 느낌을 준다. Steve York의 묵직한 베이스 멜로디를 쫓아가는 것도 이 곡을 제대로 듣는 재미있는 방법이다.(이 앨범의 간결한 드럼 사운드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어딜 여행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여행을 바라보는 나는 고통스러웠다.

Snakeskin Garter (Hugg)
Travelling Lady와 함께 이 앨범의 가장 대표적인 재즈-블루스 넘버로 Mike Hugg의 껄쭉한 보컬은 이 곡에서도 Travelling Lady와 비슷하게 피폐한 감성을 드러낸다. 
Steve York는 Chapter III Vol.1과 Vol.2 전편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무게있는 베이스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베이스가 리드 기타처럼 자유분방하게 연주되는 이 곡에서 특히나 매력적이다. 절정부에만 등장하는 Mike Hugg의 피아노 연주도 꽤 박력있다. 
암울한 순간이면 이 노래는 Mister You're a Better Man Than I와 함께 나를 위한 테마곡처럼 들리곤 했다. 뱀 껍질, 뱀 가죽 ㅡ She wore a snakeskin garter. 

Konekuf (Mann)
Pink-Crimson & King Floyd.
Pink Floyd의 몇몇 지루한 키보드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Pink Floyd의 장중한 음감보다는 실험적인 사운드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제 마음대로 재즈 연주는 King Crimson을 방불케하듯 어지럽다. (물론 King Crimson 데뷔 앨범의 21st Century Schizoid Man에도 별스런 사운드가 가득하지만) 앨범 연대로 볼 때는 'Dr. Fripp'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Sometimes (Hugg)
'가끔은' 이런 곡도 있어야 노래 듣는 맛이 나지 않을까. 
이 앨범에는 뜻밖으로 들리는 듯한 밝은 분위기의 노래가 몇몇 있는데 Sometimes와 One Way Glass, Ain't It Sad이 그것이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팝적인 분위기를 지닌 달콤한 노래로 편곡에 따라서는 Velvet Underground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이다. Mike Hugg의 피아노 연주가 꽤 감각이 있어 보인다.

Devil Woman (Hugg)
마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긴박함이 인상적이다. 엇박자로 나가는 출발에 채널을 이동하며 들려오는 싸이코 같은 보컬 구성이 꽤 복잡한 스토리를 예견케 한다. 여기에 Mann의 오르간과 Hugg의 피아노, 혼미를 거듭하는 브라스 사운드가 뒤섞이면서 세련된 연주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이 곡에 등장하는 여성 코러스 스타일은 후일의 <Solrar Fire>나 <Roaring Silence>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Time (Hugg)
Steve York의 묵직한 베이스와 '하프' 연주로 시작되는 매력적인 블루스 풍의 곡이다. 브라스 파트는 대단히 무거운 재즈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이 곡의 브라스 사운드에서 색깔을 본다면 구리빛이다. 흔히들 '신쭈'라고 말하는 짙은 구리빛. (호-불호를 떠나 어쩌면 내개는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구리빛으로 보인다.) 플룻 소리가 이런 곡에서도 통용될 수 있음 또한 신기하다. 
어쩌면 100개의 괘종소리를 시작하는 Pink Floyd의 Time에 관하여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앨범의 가장 멋진 트랙 가운데 하나다.

One Way Glass (Mann)
나는 길을 가며 유리창을 잘 본다. 안에서 누군가 나를 본다면 웃기는 노릇이지만 나는 쇼윈도우를 거울쯤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One Way Glass는 그야말로 어느 쪽에선가 새카만 거울이다.
뉴웨이브풍의 리듬감을 연상시키는 밝은 분위기와 무거운 재즈 사운드가 교차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느낌, 브라스 연주가 이 곡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Manfred Mann이 친구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Mick Rogers가 보컬-기타를 맡았던 시대의 Manfred Mann's Earth Band가  연주한 One Way Glass를 먼저 들었었다. 그 노래의 느리고 사색적인 분위기에 반해 Mike Hugg의 오리지널은 의외로 부드럽고 밝은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One Way Glass 너머의 보이지 않는 저편. 하지만 밤이 되고 불이 켜지면 그 속은 수족관처럼 투명해질 것이다.

Mister You're a Better Man Than I (Hugg, Hugg)
연기 가득한 방, 술취한 거리, 또는 혼몽속일까.
울적한 느낌을 주는 Steve York의 베이스 연주를 따라 간결하고도 단단한 드럼 사운드가 울려퍼지면 흐느적거리는 퇴폐적인 목소리가 만사가 다 귀찮은 듯 게으르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자조적이고 자기비하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는 곡이다.
Yardbirds가 부른 노래는 이보다 훨씬 빠르고 발랄한 편인데 전혀 다른 감각에서 그 나름의 비장미가 있다. 곡조도 꽤 많은 변화를 주어 얼핏 들으면 다른 노래 같다. 하지만 활기차게 나간들 별 도리 있으랴. 어차피 제목이 그 모양인데. 
Mike Hugg의 목소리가 Mister You're a Better Man Than I라고 내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지경이면 병도 그만큼 깊은 것일테다. 헤어 스타일, 옷, 타이의 문양, 피부 색깔(?), 촌스런 발음... 이런 것들로 누군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나는 또 이 노래 제목을 말해야 하겠지.

Ain't It Sad (Hugg)
병적인 상태를 자각해서인지 분위기는 전환되어 밝고 예쁘장한 곡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Whistle처럼 들리는 관악기 연주가 곡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Manfred Mann의 Organ 연주도 꽤 재미있다. Steve York의 무겁고도 멋진 베이스 연주가 부담스러울 만큼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곡이다.

A Study in Inaccuracy (Mann)
재즈-블루스적 성향을 지닌 아트록 음악 같은 곡. 마치 Pink Floyd의 70년대 초기 앨범들처럼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주곡으로 실험적인 사운드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로 순간 순간 펼쳐지는 것 같다. 적어도 멀쩡한 정신 상태로 연주한 것이 아님에는 분명할 것이다. 이 노래를 자꾸 들으면 오류학 박사가 될까.

Where Am I Going? (Hugg)
인트로를 장식하는 Mike Hugg의 Piano 연주가 참 멋지다. 그의 목소리는 회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뮤티드 트럼펫과 잘 어울린다.
센티멘탈한 곡이지만 중반부의 Jazz Piano를 듣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고통속에 지난 날을 떠올리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을 생각하는 것이다.

가끔 팝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사이비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처럼 이 앨범을 좋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블루스 록의 패턴과 재즈 사운드를 오가면서 나는 音의 色을 바라보곤 한다.
때로는 병적이고 가끔은 뻔뻔스럽고 어쩌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구리빛 브라스, 가끔 호선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푸른 빛깔의 정갈한 피아노, 금빛 모래 가득 채워진 은회색 양철북의 울림, 네온광처럼 색깔을 변화하며 기어가는 오르간, 그보다 더 낮은 곳에서 매끄럽고도 화려한 금빛 베이스, 그리고 검정색에 껄끄러운 결을 지닌 암울한 목소리...
200억 달러 이상의 돈과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기술을 총동원하여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는 1969년 그들은 절정의 음악적 조화를 바탕으로 기껏 헤어날 길 없는 절망의 바다에 착륙한 것일까. 지금도 가끔씩 Mister You're a Better Man Than I를 들으면 그 병적인 목소리가 날더러 주장한다. 그래도 그는 나보다 낫다는 몰골의 이야기이다. 
 

1999. 12. 14.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