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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t Never Sleeps.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필연적인 종말의 예감을 안고 산다. 우주 자체의 종말 마저도 엔트로피의 극한적 증가 상태로 표현될만큼 그것은 결코 역전될 수 없는 피치 못할 것일까. 모두가 점점 빛바래지고, 점점 낡아가고, 점점 녹슬어간다.  Out of the Blue & Into the Black...

Side A : Out of the Blue

낡디 낡은 빽판 한 장. My My Hey Hey에 워낙이 혹했던 탓인지 다른 노래들을 그렇게 열심히 듣지는 않았었는데 Thrasher에서 Sail Aay까지 Side A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고적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인디언 풍의 곡조가 인상적인 Ride My Llama의 동양적인 분위기가 내 마음을 홀리는데다 Pocahontas는 그의 가녀린 목소리와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이었다. 또한 Side A의 모든 노래에서 하모니카의 소리가 그리움을 일깨우고 영롱한 어쿠스틱 스틸 기타의 음도 하나 하나 가슴에 깊이 닿는다.

My My, Hey Hey (Out of the Blue)

My my, hey hey 
Rock and roll is here to stay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
My my, hey hey...

흔히들 '불길한 록의 송가'라고 말하는 My My, Hey Hey이다. Heart of Gold나 Out on the Weekend, 또는 See the Sky about to Rain이나 Running Dry에서 익히 보아왔던 여린 감성이건만 녹슬어 사라지기 보다는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고 노래한다. Sex Pistols의 Johnny Rotten을 이야기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애잔한 멜로디... 하지만 그것은 슬픔 그 자체이기 보다는 격한 폭발을 위한 카운트 다운에 더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Neil Young 자신은 커트 코베인의 죽음 이후 이 노래를 다시는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지만 늘 내 마음 속을 흐르는 아련한 꿈의 곡조다. 어릴 적 꿈을 부르는 듯한 하모니카 소리에 가녀린 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외롭게 울려퍼진다.

Thrasher
어쿠스틱 스틸 기타의 아름다운 울림들... 어떤 결실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의 노래다. 마지막 부분의 하모니카 멜로디를 듣노라면 그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찾아 길을 떠돌고 있는 것 같다.

Ride My Llama
Running Dry 같은 애조띤 독수공방의 노래는 아니지만 동양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이상한 높낮이를 지닌 곡조가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다가도 금방 아련한 느낌을 일으키곤 한다. 시작도 끝도 불안하고 밋밋할 뿐인데 그 묘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때로 어딘가 설움 가득 느껴지는 아름다운 노래다.

Pocahontas
Mr. Soul ㅡ Neil Young의 가녀린 목소리에 실린 아름다운 곡조다. 그의 가늘고 불안한 음정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들린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1600년대에 실존했다는 포와탄 추장의 딸 포카혼다스를 소재로 한 노래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 나는 수잔 쿤스탄트호의 존 스미스가 아니고 노래 속에 함께 등장하는 말론 브란도도 아니기에 꿈꾸는 듯한 기타 소리를 더욱 사랑하는 것 같다.
I wish a was a trapper, 
I would give thousand pelts to sleep with Pocahontas...

Sail Away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향수어린 멜로디, 인트로의 하모니카 소리가 참 아름답다. 제목이나 곡조나 참 평범한 것일 뿐인데 그것이 나를 마음 편하게 한다. 낭랑한 기타 소리에 실린 Neil Young의 목소리는 Four Strong Winds처럼 내 방을 가득 채운다. 이 노래가 그러하듯 Side A의 노래 대부분이 한편으로는 경쾌하고 또 한편으론 몹시도 슬프게 들린다.

Side B : Into the Black

Side A와는 분위기를 달리 하여 일렉트릭 사운드가 주축을 이루는 면이다. 마치 Donovan의 <A Gift from a Flower to a Gadren> 앨범처럼 어쿠스틱/일렉트릭으로 나누어진 구조다. 차라리 Side A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계속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나름으로의 자기주장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Powderfinger
Side A와는 달리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이 들어가지만 곡조 자체는 여전한 미디엄 템포에 어딘가 처량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사운드의 변화 탓인지 Neil Young 특유의 고적함 보다는 평범한 컨트리 록의 느낌이 더 많은 것 같다. 백 코러스는 이 노래를 더더욱 팝적인 것으로 만든다.

Welfare Mothers
Neil Young의 느낌이 별로 없는 버라이어티한 록 넘버이다. 차라리 Queen이나 Deep Purple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의 목소리가 더욱 힘들어 보인다.

Sedan Delivery
가끔 Neil Young은 격렬한 블루스 연주를 들려주곤 했지만 이 곡은 헤비 메탈에 가깝다. 하지만 그 본연의 음색을 잃어버린 듯 시끄러움이 가장 큰 특징으로 들리는 곡이다. 그래도 속도 변화가 많은 이 노래의 느린 부분에서만큼은 꿈꾸는 그의 눈빛이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다.

Hey Hey, My My (Into the Black)
My My, Hey Hey의 애잔한 서정성은 사라져버리고 파열음이나 잡음에 가까운 기타 연주가 계속 이어진다. 하모니카의 아련한 꿈을 대신한 기타 애드립 역시 꽤 거칠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은 이 곡에서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의 의미를 더 많이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가진 앨범이 빽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꽤 grunge한 사운드였을 것 같다.
가사는 My My, Hey Hey (Out of the Blue)와 같지만 역순으로 진행된다.

내가 가진 붉은 빛 빽판 <Rust Never Sleeps>. 
마치 녹슨 양철판처럼 빛바랜 앨범, 나날이 알게 모르게 슬어가는 녹처럼 잡음도 따라 늘겠지만 그 모든 녹과 잡음 너머로 하염없이 흐를 노래들이다.
오래도록 'Lust Never Sleeps'로 오해했었던 앨범.
Live Rust는 CD로 갖고 있지만 이 앨범에 비할 수는 없었다. 잡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만 이 앨범을 CD로 갖고 있었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고적한 울림이었을까.

Out of the blue and into the black
They give you this, but you pay for that
And once you're gone, you can never come back
When you're out of the blue and into the black...
 

2000. 1.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