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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ike Oldfield의 기타 연주를 좋아한다. 파충류, 간질병... 이상하게 스멀거리고 근질근질한 느낌이 드는 뒤틀린 기타 사운드가 때로 나의 느낌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Ommadawn>의 12현 기타 연주를 좋아하고, 쿵쾅대는 아프리칸 드럼을 좋아하고(내가 처음 들었던 그의 노래), <Hegest Ridge>의 전원적인 분위기나 섬세한 오르간 연주도 잊을 수 없다. 허공을 부유하는 듯한 <Weightless>도 좋고, Maggie Reilly의 목소리는 늘 반갑게 들린다. 무엇보다도 <Tubular Bells Part I>의 중반부에 나오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좋아한다. 희로애락이 묻어나오는 듯한 전혀 간질병적이지 않은 멜로디이다.그 자신이 Piltdown Man의 우악스런 보컬로 등장하는 Part II의 강력 사운드도 예전에 무척 좋아했던 대목이다. (Piltdown Man은 고고인류학사에 있었던 사기성 해프닝.)

하지만 그의 음악들은 간혹 우스꽝스럽다. 가장 치명적인 점은 그의 정교하고 복잡한 연주와 편집광적인 더빙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곡조는 너무 단순한데다 꼭 예상되는 상황에 예상되는 심각한(?) 연주가 나오는 것이 좀 우습게 들릴 때가 있다는 것이다.
Five Miles Out도 그런 케이스이다. 보컬이 나오고 나면 어김없이 나오는 기타 소리가 너무 빈틈없이 딱 들어맞춰져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게 그의 순진-심각한 매력이지만 그것이 난조에 빠질 때는 지나치게 유치하게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스타일상 그의 음악은 미국에서 히트할 유형의 노래와 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그의 얼굴과는 동떨어진 듯한, Piltdown Man을 연상케 하는 무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곡으로 보코더를 통한 무선통신 같은 보컬도 꽤 성공적이다.
이 앨범의 Family Man은 Hall & Oats가 불러서 히트했고, Orabidoo는 뮤직박스처럼 섬세한 소리를 들려준다.

What do you do when your falling
You've got 30 degrees and you're stalling out
And its 24 miles to the beacon
There's a crack in the sky and the warning's out...

폭풍 몰아치는 구름 바다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가 있는 자켓에서 알 수 있듯 경비행기 조종을 좋아하던 그가 1979년 피레네 산맥을 넘다 실제로 겪었던 위기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추락은 둘째 문제, 알아듣기 어려운 변조된 목소리로나마 교신을 보낼 곳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2000. 3. 5.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