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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때였던가. 하여튼 영어책 뒷 표지 안쪽에 영어 노래 한 곡 들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틀즈 밖에 듣지 않게 되어버린 나는 John Lennon / Ono Yoko의 노래 가운데 같은 제목의 곡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혹시나 같은 노래일까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하지만 악보를 읽을 수 없었던 나는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기타 음을 짚을 줄 알게 되었을 때 멜로디를 익히게 되었고 PC로 애드립 컴포저를 사용하면서는 악보를 입력해 연주도 시켜 보았지요. ㅡ 그것은 잔잔하고 예쁘장한 동요곡이었습니다.

Ono Yoko의 Who Has Seen the Wind?는 1970년 2월에 발매된 Instant Karma! 싱글의 B면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사실 그녀의 몇몇 노래들은 듣기 거북합니다. 괴성을 질러대기도 하고, 목소리 자체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은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이 노래는 그런 느낌들과는 좀 다른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유년기를 매개로 한 공포영화 같은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와 하프시코드 소리에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뮤직박스에는 무엇인가 깊은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듯한...
하지만 곰곰히 들어보면 영어책에 들어 있던 다른 멜로디의 동요와 마찬가지로 서정적이고 다정다감한 느낌입니다.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서투르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러하고 시작 부분에서 "Has"가 들릴 듯 말 듯하게 발음되는 것도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한... 엉성한 녹음 상태가 귀에 거슬리지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영어책은 잊혀지고 없지만 이 노래가 있는 책 표지는 내 책꽂이 어딘가에 아직 있을 것입니다. 

Who Has Seen the Wind?
ㅡ Christina Rossetti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n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2000. 7.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