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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비디오방에서 세 개의 비디오를 손에 들고 부지런히 뛰어 나오는 한 청년을 보았다. 그 순간의 그에게는 어서 집에 가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그것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간절한 바램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신호대가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바람에 모자가 날리어간 아저씨는 그 모자를 어서 주워서 신호가 바뀌기 전에 건너가야 했다. 다 큰 애를 업고 같이 노래를 부르며 밤길을 가는 아주머니에겐 적어도 한동안은, 그 아이의 무거움이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젖혀 두었다 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야...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우리 누나 시집간단다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장마비야 오지 말아라

어느 이역땅의 합창이 우리에게 와서 어린 날의 비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국가가 왜 그리 청승맞은 곡조인지는 모를 일인데 이 노래는 이 땅에 와서 빗방울로 떨어졌다. Heret Sho Shan Schanene이 가시리로 바뀌었듯이. 
Hatikva. 그게 희망이라는데 정말 믿지 못할 일,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그럼 대단히 '병적인 희망가요'인지도 모르겠다. (팔레스타인을 향해 고무탄을 쏘아대는 폭동진압의 기술 또한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나라...) 어쩌면 군국의 냄새도 조금은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또 어쩌면 올드 랭 사인이 국가로 불리어진 것과 비슷한 사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꽃가마에 비 뿌리고
다홍치마 얼룩지면
연지곤지 예쁜 얼굴
빗물로 다 젖는다

Pitter patter pitter patter... 가끔은 빗줄기 속에 "뱀과 사다리"의 마분지 냄새가 난다. 아마 아홉살쯤 되었을까. 빗길에서 생각나는대로 비야 비야 오지 말래며 흥얼대었더니 누군가가 물었다. "너거 누나 어데 시집가노?"
 

2001. 4. 29. JJ.Le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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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부른 또다른 "비야 비야"며 "태양은 가득히"의 사연 알려주신 바비다린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