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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강이어서일까. Mississippi라는 단어를 바라보면 늘 묘한 느낌이 든다. 쌍으로 몰려다는 s와 p가 어쩐지 즐거운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최근들어 Mississippi John Hurt의 노래를 꽤 즐겨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Bob Dylan에서부터 Beck에까지 광범하게 영향을 미쳤고 이작자의 어린 시절을 추억케 하는 것이어서 더욱 즐거운 일이었다.
옛날 옛적...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의 어느 여름날이었던가. 학교를 파하고 친구와 나는 학교 바로 곁에 있던 외삼촌의 수박밭엘 갔다. 신나는 계절, 즐거운 여름 방학. 원두막에 올라가서 배불리 수박을 먹고서 우리들은 음악시간에 받은 쪽지를 펼쳐 가사를 찾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시시하고 단순한 노래가 바로 Beulah Land였다.

불러라 불러라 노래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노래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노래 불러라
다같이 노래하자

내가 미시시피 존 허트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Beck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Beck은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지향한다. 마리하치, 포크, 블루스, 힙합을 적절히 섞은 그의 노래를 나는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다 우연히 미시시피 존 허트 트리븃 앨범 <Avalon Blues>에 Beck이 노래를 부른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많은 노래들을 접하게 되었다.
어찌하여 Hurt란 어울리지 않는 성을 갖게 되었을까. 그의 조상이 사냥하다 황소뿔에 받히기라도 했는지, 노예로 살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이라도 찍혔던지... 

1893년에 태어나 1928년에 첫 앨범을 취입한 가수의 목소리를 오늘날에 듣는다는 자체가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젊은 날의 삶처럼 소작농으로 생을 마쳤을지도 모를 그가 노래를 부른 것이다.
그의 노랠 들어보면 Bob Dylan의 창법이 그의 영향을 꽤 받은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것은 Beck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Loser나 Sexx Law 같은 노래 속에 그 무슨 미시시피 강의 옛 추억이 있겠냐만 그의 많은 포크-블루스 넘버들은 목소리 마저도 흡사한 느낌이 든다.
오늘날의 좋은 녹음 환경에서 존 허트가 노래했다면 보다 귀에 잘 들어오는 노래가 되었을테지만 옛스러움 그대로 그의 노래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구업이 하도 많아 진언 외워야 할 불경스런 이 몸이 안식의 땅 그리며 조금은 성스러워짐을 느낀다. Will the Circle Be Unbroken의 곡조처럼 느릿하고도 담담한 기분, 그러면 그의 목소리는 Hurt 보다는 Heal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Beulah Land의 "뷸러랜드"가 자연스레 "불러라"가 된 것도 같다 ㅡ 모두의 평안을.
 

2001. 11. 30.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