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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바호주('브라질'의 주인공), 아도니란 바르보자, 까르멘 미란다, 넬손 까바낑요, 까똘라, 시루 몽떼이루 같은 옛 가수들의 목소리에서 쇼루와 쏘다지, 쌈바와 보싸노바까지... 브라질의 옛 노래와 다양한 음색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일 없는 하루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다. 뜻은 고사하고 어찌 읽을지 난감했던 가수의 이름들, 제목들을 읽고 대충 그 뜻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것 또한 얄궂은 취미가 되고 말았다. 예전에 브라질 오렌지 보고 '따봉'이라더니만 나는 그 음악에 관해서 그런 느낌을 갖는다...'Ta bom!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다. 하찮은 입력만 넘쳐날 뿐 아무런 출력도 없는 하루 하루의 소일거리일 뿐, 나의 음악 취미란 것은 취미가 아니라 어찌 좀 서글픈 구석이 있는 '음'이 달아나버린 얄궂은 '악취미'란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 Vinicius de Moraes의 노래를 듣는 것은 그나마 큰 행운이자 위안이 아닐 수 없다. "Poema dos Olhos da Amada(연인의 눈동자 속의 시)를 읽을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Vinicius ㅡ 그의 이름은 두번째 모음에 액센트가 들어 있는 '비니시우스'이지만 자꾸만 나는 '비니시우스'라 발음하며 실없이 피씩피씩 웃곤 한다. 흠흠... 그래, 시인이란 말이지... 
흔히들 알고 있듯 브라질의 시인(꼭 어느 작자처럼 '무늬만'은 아니었던 듯 싶다)이자 외교관이며 조빔의 원조교제(^^)를 우아한 것으로 만들어준 Garota de Ipanema의 작사가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다.

Brazil... 
When hearts were entertained in June
We stood beneath an amber moon
And softly whispered 'some day soon'...
ㅡ Brazil

1983년쯤이었던가... 죠지 오웰의 <1984년>을 닮은 어지러운 영상과 샘 라우리의 꿈, 텔레비전에서 <브라질>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며 맺어진 브라질과의 인연이었다. <여인의 음모>라는 얄궂은 이름이 붙어 있던 비디오 테잎은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었던지... 제프 멀더의 노래야말로 날개의 꿈이 온전히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Antonio Carlos Jobim을 들으며 Vinicius de Moraes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보싸노바라는 리듬이 삼바에 대응하는 절제된 세련미로 해서 각광을 받았지만 나는 보싸노바 리듬의 그런 측면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조앙 질베르뚜로 대표되는 몽롱하지만 고운 느낌 같은 것. 반드시 그것이 나쁘거나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그것은 조빔 자신이 만들어낸 그만그만한 결과인가도 싶다. 어쨌거나 보싸노바에 관한 개인적인 소소한 불만(?)을 해소시켜주면서 나를 열광케 하는 것은 오직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문학을 공부하였고, 1935년 <O Caminho Para a Distancia>라는 책을 출판한 이래 몇권의 책과 시집을 내며 영화비평을 썼고 한편으로는 LA의 부영사로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였다. 한편으론 1932년에 이미 Loura ou Morena란 곡을 썼고 유네스코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마르셀 까뮈 감독의 <흑인 올페>의 대본을 썼고 1966의 깐느 영화제에는 심사위원을 참가하였다. 그리고 1955년 무렵엔 그가 쌈바 다 벤쏭에서 마이스뜨루('음악의 거장'쯤 되겠다)라 칭했던 조빔과 조우하였다.

Antonio Carlos Brasileiro de Almeida Jobim
Marcus Vinicius da Cruz de Mello Moraes

놀랍게도 그는 1913년생, 하지만 많지 않은 그의 사진을 제외한 음악 그 어느 곳에서도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고 그의 세대를 추측하기도 어렵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할아버지들 가운데는 그보다 더 연배가 높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의 음악과는 또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따라다니는 수식처럼 자신의 자랑처럼 '시인이자 외교관'의 경력을 지닌 그라고 한들 음악이 아니었다면 어찌 관심이나 가질 수 있었을까. (삼바 다 벤송)에는 아주 여유로운 자조의 느낌으로 이 노래를 ) 그의 목소리는 포르투갈어의 우아함을 온전히 담고 있는 듯 싶다. 사색적인 분위기에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어 늙은 샹송가수처럼 느끼한 느낌도 없다. 따뜻하면서도 교조적이고 슬픔이 넘치는가 싶으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하게 한다. 희로애락이 온전히 느껴지는 그 목소리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스스로 '잡초들의 대장'이라고 말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문맹이라는 나라에서 시인이자 외교관에다 영화평론과 각본까지 쓴 그의 경력은 그 자신이 '귀족'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부분에선 조빔과 미묘한 대조를 보이는 듯 싶다.

가난한 이의 행복이란
카니발의 거대한 환영...
ㅡ 행복

그는 늘 누군가와 함께 어울리며 더욱 빛을 발했다. 동시대에 함께 활동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 파트너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그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빔과의 관계야 말할 것도 없고 바덴 포웰, 씨꾸 부알끼, 에두 로부, 도리발 까이미, 까를로스 리라, 또낑요 등과의 공동작업은 언제나 그만의 매력적인 색깔을 만들어 내었다. 그들 숱한 아티스트 가운데서도 또낑요와의 만남은 제일 극적이고도 지속적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또낑요를 꽤 좋아하지만 그만의 음악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 궁상맞은 목소리에 조금은 판에 박힌 듯한 지리멸렬한 기타 스타일... 그런데 그 또낑요가 비니시우스와 함게 하며 숱한 명곡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작자 식으로 표현하자면) 'Antoino de Moraes' 보다는 'Vinicius e Toquinho'가 더 멋진 이름이 아닐까 싶을 만큼인데 심지어는 그의 목소리조차도 비니시우스와 함께 했을 때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 
거기에 브라질의 브리짓 바르도라 불리운 오지찌 라라,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 마리아 끄레우자나 까에따누 벨로주의 누이인 마리아 베따냐, 마릴리아 메다우야, 오르넬라 바노니 등의 목소리가 어우러졌을 때 더욱 빛을 발하였다. 특히나 1970년의 <en La Fusa> 앨범은 그 절정의 불꽃이었다. 그의 품위 있는 깊고 울림과 또낑요의 몽롱한 목소리에 마리아 크루에자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맑고 조신한 것이었던지... 또한 1971년에 그가 또낑요와 더불어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은 그의 음악에 있어서의 최절정이었을 것이다.

음악이란 시간과 함께 하는 예술이며 사조 또는 유행, 그리고 테크날러지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제한 속에서 어떤 음악이 가지는 지속성이란 각별한 것이다. 하나의 노래, 하나의 앨범을 듣는 것은 시간적인 흐름을 요구하지만 음악에 관한 느낌과 기억이 시간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그런면에서 비니시우스는 내게 있어 '지속성'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 같은 존재이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브라질에, 인터넷에 감사한다. 쌈바 다 벤쏭에서 노래하였듯이 약간의 슬픔이 필요하다는 검은 마음의 소유자 ㅡ 보싸노바와 쌈바의 모든 노래를 다 듣지 못한다 한들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를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와 비슷한 경력(Poeta e Diplomata)을 가진 네루다가 그를 위한 소네트를 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저 이빠니마 해변의 한 구석에 숨어 있는 조약돌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웃음에 세상이 기뻐함을 알지 못하던 이빠니마의 소녀처럼 그의 세상은 파도 바로 그 아래였거나 바닷바람에 가려진 진상이었을 것이다. ㅡ 어떤 의미에서 그는 여전히 그러하다. 어찌 좀 개똥철학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짧고 덧없는 인생을 채색하는 것으로 그가 사랑한 것은 자연, 와인, 그리고 여자였다고 한다.
늘 궁금했던 것, 나는 여전히 '사라바'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지는 알고 있다.
ㅡ 아 벤쏭 비니시우스, 사라바 비니시우스!!!
 
 

2002. 8-11. JJ.Lee(c) 
*Especial Agradece a Sr. Maia.
*배경음악은 마리아 베따냐, 또낑요와 함께 부른 Apelo(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