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색 점퍼를 하나 샀다가 결국은 검정색으로 바꾸었습니다. 등산할 때도 입으려고 겸사겸사 구입했는데 바지도 검정색이다 보니 애매한 청색이 그리 어울리지는 않더군요.(닐 영의 노래에서처럼 Out of the blue, into the black이네요.) 즐겨 쓰는 후즐그레한 모자도 검정색이고 썬글라스에다 점퍼에다 바지에다... 예전처럼 그렇게 검정색을 마냥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온통 검정색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득 오래전에 좋아했던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I see a red door and I want it painted black
No colors anymore I want them to turn black
I see the girls walk by dressed in their summer clothes
I have to turn my head until my darkness goes...

예전에 낡은 자전거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그 녹슨 모습을 더 좋아했을 법도 한데 그때는 그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어느날 검정색 스프레이를 사와서는 자전거를 색칠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슨 부분들이 가려지니 한결 좋기도 했습니다.
거울이며 몇몇 부분에 스프레이가 튈까 싶어 처음에는 신문지로 가리고 했지만 급기야는 바퀴살에서 손잡이까지, 거울까지도 검정색으로 다 칠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무슨 퍼포먼스라도 되는양 나는 즐겁게 그렇게 칠을 했고 그 검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빗방울같은 잡음이 나는 복사판으로 Paint It Black을 즐겨 들었던 시절입니다.

I look inside myself and see my heart is black
I see my red door and it has been painted black
Maybe then I'll fade away and not have to face the facts
It's not easy facing up when your whole world is black...

Paint It Black은 오래 전 <머나먼 정글>이라는 외화의 시그널 뮤직으로도 사용되었는데 묘하게도 잘 어울렸지요.  검은 거울에 비친 잔영일까요, 오래도록 검정색을 좋아했던 'aftermath'일까요... 어쩌면 전쟁영화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몽롱함이었건만 지금도 그 이미지는 먼 먼 정글 속을 헤매이고 있습니다. 이상한 낭만과 슬픔이 감돌던 기타와 목소리에 이국적인 시타 소리가 시작의 북소리처럼 가끔은 내 마음을 두드립니다.
 
 

*Rolling Stones : Paint It Black
 
 

2005. 10. 22.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