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 노스트라다무스는 현실 같은 환영을 보고 있었어 앙리2세의 죽음에서 히틀러의 몰락까지 WTC의 붕괴에서 종말의 그날까지 어김없는 암울함을 보았어 나는 그렇게 보고, 믿고, 기록하였어
버뮤다에선 정체모를 안개에 휩쓸려 길을 잃었고 네스호의 심연에서 형체없는 괴로움에 직면했다네 예티의 머리가죽을 뒤집어 쓴 채 혼자 남은 싸스콰치에게 말을 걸었고 플레아데스 성단에 뛰어들어 보니히의 암호를 풀어내었지 나일강변에 해가 솟을 때 멤논상은 어떤 노랠 불렀는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었어
철가면 속에는 누가 있었을까 카스파 하우저는 어디에서 왔으며 잭 더 리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홀로된 자리에서 그들의 몸은 어찌 절로 불타버렸으며 왜 그들은 희박한 대기 속으로 사라졌을까 늘어나는 풍선 위에 찍힌 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모를 너의 마음 나도 모를 내 마음 외줄에 서서 밤을 새우는 사이 그 넉 줄짜리 애매한 시의 단 한 줄 만큼이라도 온갖 것을 집어넣어 생각했으면 좋았어 조금만 심오해졌으면 좋겠어 노스트라다무스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믿었으면 좋았어
절망에 또아리를 튼 無대륙에서 도노반의 낭랑한 아틀란티스까지 팔렌케의 지하에서 놈모가 산다는 도곤의 시리우스까지 굳어버린 멤논상이 다시 노래하고 의미없는 말이 형상을 얻을 때까지는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 너를 꿈꾸며 달렸으면 좋겠어.
 
 

2001.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