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좋아한다면 대개들 웃었다 그 무슨 촌스런 취향이냐며 웃어 넘기는 사람도 있었고 아따 그 양반 낡아빠진 객기려니 껄껄대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몸이 어떠냐며 기운 펄펄 넘치는 듯 신나기만 했다 번안곡이 원곡보다 더 멋진 노래, 먹쇠보다도 만복이보다도 한참 용감한 아랫마을 사는 칠복이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부러웠던 노래다 외로운 내 마음이 불러보던 그 노래다* 그렇다면 나는 대문을 활짝 열고 뛰어 들어가지 못해 무상한 인생이 용감무상이랍시고 척척 불러대던 노래다 문 꼭꼭 닫아두고 어둑한 지하에서 저 혼자 흥을 내던 표리부동의 립싱크 같은 노래다 몇날 밤을 새어도 얼굴 한번 못봤다는 당신, 건너 마을에 누가 사는지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사는지 전설따라 삼천리 뜻 모를 이야기 속으로 나는 숨어들었다 한낮의 어둠 속으로 나는 숨어들었다 모두들 어디로 가고 구경꾼만 모였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쪽문이라도 찾아 부리나케 달아나야 했겠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만 땡이로구나 정말 땡이로구나 그렇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어, 염체 없지만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이 그릇이 그 그릇인지 내 그릇됨을 어찌 모르랴만... 말라 비틀어진 간장 종지 같은 용기라도 끄집어 내어

너의 노래는 어디에 있는지 
너는 어디에 있는지 
이것이 몇번인지 몇번째인지
나리는 빗방울 바라보며 
잊지 못할 빗속의 여인을 
목청껏 불렀다 
그렇다면 나는
 
 

2002. 6. 26.
*파도, 키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