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한밤의 일촉즉발입니다 오늘처럼 흐린 날의 달은 백촉도 안되어 보이는 멀고 뽀얀 백열등, 내 약한 촉수는 이 밤 뚫고 어디까지 뻗어 있을까요 뽀얀 유리창 너머 가로등 불빛과 허름한 담벽을 돌아 낙엽을 피하고 안개를 헤치고 산을 건너 갈까요 아주 흐린 그 빛 더 밝아 보일까 싶어 밤의 다이얼을 한껏 돌렸습니다 삼십촉, 이십촉, 십촉... 구름이 흐르고 비가 흐르고 촉촉수로 젖어가며 어두워졌습니다 저 거대한 별들의 점화까지가 가로등 하나에 가물거리는데 깜빡 또 깜빡, 끊어진줄 모르고 환하니 불을 켜는 촉수도 없는 접촉입니다.
 
 

2002.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