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戶 어데라도 한 구석터 놓아다고
내가 收入되어 들어가야 하지 않나.
ㅡ 家庭, 이상

하긴 그렇습니다 배우자 배우자 다짐만 해놓고선 아무래도 배운 것이 없었던가 봅니다 저 홀로 잘나서 일가를 이루었다더니 1인분의 밤을 때우는 라면 끓이는 업이었습니다 말발도 끗발도 시원찮으니 쓰린 속에 라면발이라도 잘 받아야 하였습니다 후룩 후루룩 얼른 집어 삼켰습니다 면발만 불어대다 속을 다 버렸지요 허기야 면한다만 그게 사람 살리는 일은 아니겠지요 그나마 솜씨좋게 끓였어야 하는데 잠시 잠깐에 놓쳐버린 이 라면, 어찌 괜찮을까요 지금이라면 세상에나 어느 입에나 맞기나 할련지요 행여... 떠돌다 지친 마음 기다렸습니다 대기만성이랍시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라면만 더더욱 퍼질러 놓았습니다 라면은 보글보글, 징글징글 밸이 잘도 틀어집니다 이작자의 라면이 그리도 좋았단 말이던가 사람 없는 사랑방의 장한몽이었을까요 무에 그리 장한지 장탄식이었던지 백거이의 장한가가 그랬을까요 이거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시제를 알지 못하는 막막한 이의 뜬금없는 가정법입니다 아니에요 시제를 풀지 못하는 고달픈 밤의 허황한 포에티카이지요 옹기종기 독하지도 못한 마음에 가정스런 생각만 모여앉아 끓습니다 ㅡ 불어터진 지금 이 라면이라도 같이 드실련지요? 마법을 기다리는 뽀얀 안개 속의 램프입니다 1인분으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을 허기진 긴긴 밤의 포에티카입니다 
 
 

2002. 12. 29.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