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부셔져라 기둥에 부딪혀 딸의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만들었지요. 딸은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그랬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 역시 
늘상 무지막지하게 맞곤 했다지요. 아들 낳지 못한 죄로 설움 더 많았던 그녀는 
딸을 향해 원망과 증오를 불태우며 또 그렇게 모질게 매질했더랬지요. 그녀가 어린 
딸에게 전해준 가장 오래된 기억은 바로 그것이었죠. 옥아... 아버지는 그러다가도 
읍내 다녀오면 다정한 목소리로 딸을 불러 세우곤 했습니다. 두 손 펼치게 하고선 
도매상에서 떼온 생과자 가운데 비싸고 맛나는 것들만 한가득 담아주었다네요. 
수십년 가슴 속에 어떤 시간들은 암염처럼 굳어 있었겠지만 지금도 손 내밀던 그때가 
잊히지 않는다는 그녀, 세상에 빛나고 설레이던 그 순간을 누가 알고 기억하고 
옮길 수 있을까요. 마음 풀어진 어느 저녁 그녀에게서 내 귀로 들어온 촌스런 이름 
하나가 온갖 사연을 머금은 시처럼 들렸습니다.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그녀 아버지가 
두 줄을 쓰고 작년에 눈을 감은 그녀의 어머니가 여전히 쓰린 한 줄을 덧붙였죠. 
나머지 구구절절 저려오는 행과 연은 모두가 한 사람의 것이었고 그것이 마침내 
한 단어로 이루어져  낭송되던 짧은 시간을 나는 몰래 베끼고 베꼈습니다.
 
 

2014. 6. 5.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