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만한 크기의 원, 그보다 더 작은 마음들에 둘러싸여 있나요. 내 마음만한 크기의 원, 그보다 더 큰 사람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나요. 때로 작아 보이고 때로 크게 보입니다. 

대단히 불행한 일입니다만 가운데 있는 두 원의 크기는 다르게 보입니다. 
물론 아래쪽의 가운데에 있는 원이 더 크게 보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빛과 눈의 장난,마음의 장난일 뿐입니다. 눈 녹는 바위의 예수님 얼굴 같은 것, 건배하는 두 사람이 볼테르의 얼굴 일부가 되는 달리의 그림 같은 것. 르네 마그리트에게서 위임받은 어지러운 숲의 꿈같은 것. 당신은 알고 있나요.

저편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일까요, 아니면 흉칙한 코와 턱을 가진 노파의 얼굴일까요. 시선의 방향을 따라 50년 풍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두 술잔이 부딪히는 것인지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느 것인지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루빈의 반전도형,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하얀 잔일까요, 마주 보는 두 사람의 옆 얼굴일까요.

조각구름이 떠도는 하늘, 바다 저편 끝에 갈매기가 수면을 날고 있는데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벼랑에서 떨어집니다. 누군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하지만 난 아닙니다. 나는 벼랑에 누워 있을 뿐입니다. 엎드려 슬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떨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며, 떨어지기 보다는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이들과는 비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비의를 가진채 진실을 바라보기 힘듭니다. 착시조형의 수많은 예처럼 두가지 상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단순한 현상이겠지요. 남쪽 바다의 임금 숙과 북쪽 바다의 임금 홀이 혼돈을 위해 위해 일곱개의 구멍을 뚫자 혼돈은 죽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라는 것은 그 낱낱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신 모든 것을 뭉뚱거려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오해를 사랑합니다.
 

1999. 6. 5.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