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참 낭만적인데 옛 로마 사람들은 혜성을 '흐르는 머리카락'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나도 그 이름을 좋아했습니다. 어둠을 가르고 천의 세계를 넘어 다가오는 머리카락의 눈부시고 아름다운 항행이라니 더 말할 것이 없었지요.
그는 오랜 공간을 헤치고 소리없이 달려오다 태양풍을 받으면서 눈부신 '머리카락'을 드러냅니다. 타버리든 사라지든 빛나는 한 순간을 위해 모래톱에 숨겨진 반지 하나를 찾아가듯 '창백한 푸른 점'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눈물이 녹아내려 빛을 발하는 것일까요, 외로움의 결정이 발화하는 것일까요... 신체의 자연발화 같은 반법의학적, 의사과학적 상상으로 마음대로 구성성분을 조작해봅니다. 불길했던 별똥별을 위한 밀가루 환약들은 얼마나 많이 팔렸을까요. 종말을 위한 면죄부는 또 얼마나 많이 팔렸을까요...
케플러는 혜성이 무한에서 무한으로 직선으로 움직인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의미없는 천상의 하품 같은 것이었겠지요.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외로운 공간 속의 '오르트 구름'이라는 공장의 생산품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때로 내 몸은 스스로 만드는 것, 언제나 내 마음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 빛줄기는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그의 새카만 심장은 박물관에서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그마저 불꽃놀이처럼 쏘았으면 합니다.
 

1999. 6. 20. 일.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