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사진을 보고 난 다음에 맛보는 담백한 허무,
장주의 호접몽이 이러하였을 것입니다.*
 

그의 삶은 사소함에 의해서 굴절되었습니다. 어설픈 결투가 그의 초상화에 금과 은으로 떼워진 코를 남겼습니다.
마지막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 사람  ㅡ 그의 삶은 사소함에 의해서 굴절되었습니다.
믿고 바라면 무엇이든 보이는 법, 착시조형의 희망처럼 로웰은 물이 부족한 화성에서 극관으로부터 물을 운반하는 거대한 운하를 보았다고 믿었지만 티코는 오직 망막 위에서만 꿈을 꾸었습니다.
젊은 날 일식에 매혹되었던 그는 1572년 11월에 초신성을 관측하여 1574년 3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고, 그의 눈은 별을 향한 원망 ㅡ 프톨레마이오스의 신봉자로서 코페르니쿠스를 비난하였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신이 최초의 진정한 관찰자였기에 어떤 의미에서 그는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별다른 광학기계의 도움도 없이 거의 정확한 항성표를 제작했던 사람, 그때까지의 관측이 스틸 사진이었다면 오직 자신의 눈만으로 별의 활동사진을 세상에 보여준** 티코입니다.

사소함에 의해서 굴절된 삶입니다. 엉성하니 초야권을 발휘하려다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고, 멍청한 자존심으로 국왕의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고, 체면 때문에 마려운 소변을 어지간히도 참다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케플러가 좋아하고 미워했던 사람, 하지만 케플러는 그의 별자리를 이었습니다.
벤섬의 우라니보르크 ㅡ 그 아름다운 하늘의 성에서 별을 바라보며 꿈꾸던 사람, 그의 삶은 산란한 대기처럼 흔들렸지만 그의 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만화경이었습니다.
(with no diamonds......)

*산촌여정
**아써 케슬러.
 

1999. 6. 20. 일.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