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은 생각에서 생기며
생각으로 세계를 만드니
악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하면 괴로움이 뒤따르리.
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처럼.
<법구경>

어떻게 하면 피사의 사탑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요.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후쿠다 시게오는 건축공학적인 방식이 아닌 시각적 방법 ㅡ 착시조형을 통하여 피사의 사탑을 바로 세우려 하였습니다. 그는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에 착시를 주기 위하여 직선이나 꺾인 직선, 또는 곡선을 사용하였습니다. 그것은 각도-방향 착시나 곡선착시를 통하여 구현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기원전 447-432년 사이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에도 착시조형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그것들을 알았을까요. 가장자리의 기둥은 가운데 있는 기둥보다 가까운 간격으로 세워져 있으며 대들보의 가운데가 위로 불룩하게 휘어져 있고, 가장자리의 기둥은 또한 안쪽으로 약간 경사져 있으며, 기둥은 위로 갈수록 가늘어집니다. 이러한 결과로서 우리들의 눈에 파르테논 신전은 곧고 정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며 착시를 예상한 뒤틀린 구조를 가짐으로써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고려없이 세워졌다면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은 가분수의 불안안 구조물로 품위없이 서있었을 것입니다.

착시는 환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현상입니다. 그것은 무심결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오해가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거나 지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더라도 계속 잘못된채로 지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중영상의 기법이란 것은 설명적이라기 보다는 즉시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착시조형이나 생명체의 적응과 도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중대한 원인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착시조형을 통해 내가 어떤 특별한 결론이나 정의를 도출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었으며, 그런 시도를 한 적도 없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이해이며, 의미의 의미를 읽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른 관점의 다발적 발생이며, 옳고 그름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일 뿐이며 나는 그것을 가장 사랑합니다. 나는 그것을 현실에 대한, 그리고 초현실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이라 생각합니다.

한때 Magic Eye로 불리우는 그림들이 크게 유형하였습니다.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약간 사시의 눈으로 바라보면 아무것도 없는 문양 속에 환한 불빛이 켜지면서 별이 떠오르는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풀을 뜯는 소가 입체로 보이는 순간도 있었고, 빛나는 입체도형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그리고 마음의 벽돌에 새겨진 이름을 바라보면서 더욱 절실한 무엇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은 생각에서 생기며
생각으로 세계를 만드니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고 행하면 즐거움이 뒤따르리.
내 몸을 따르는 그림자처럼.
<법구경>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워드프로세서나 DTP에서 가장 많이 자랑하는 구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허황된 것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습니다.
착시조형은 시각이 가질 수 있는 오류를 보여줌과 동시에 미묘한 심리학적 파급효과를 간직한 것이며, 예술적 의미로서의 오류의 가능성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또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속는, 알면서도 속는 착시조형들처럼 수많은 것들을 잘못보고 오해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질 일입니다. 하지만 착시조형처럼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수만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올바른 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What You Think Is What You Get.
내 눈물방울만한 크기의 원, 내 웃음만한 크기의 원... 때로 작아 보이고 때로 크게 보입니다. 멀리 있어야 가까운 거리 ㅡ 폰쪼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결입니다. 
에빙하우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를 나약하게도 하고 우쭐하게도 만듭니다.  그것은 절망 속의 절망이며, 꿈 속의 꿈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흔히들 이야기 하는 "술이 반병 뿐이네", "술이 반병이나 남았네"와 비슷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을 염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과 그 삶을 염세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며 그것은 엄연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힘이자 함정이며, 독이기도 하고 당의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분명 위대한 위약효과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도 그렇게 가길 희망합니다. 결코 마그리트에게서 위임받은 적이 없는 꿈과 절망 속을 홀로 거닐 때.
 

1999. 6.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