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단편집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성격 탓인지 나는 이런 단편집을 차분히 순서대로 앞에서부터 읽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제목이나 작가, 또는 이상한 이끌림에 따라 뒤죽박죽 읽어나가곤 하는데 그러다보니 앞쪽에 있는 <몸값>, <칵테일의 비밀>이라는 작품은 아직 읽을 엄두를 못내었습니다. 펄 벅과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입니다.
하지만 세계명작(?)에 무지한 나로서는 꽤 재미있는 시각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음에 기뻤습니다.

루디야드 키플링의 <유령의 숨결>은 추리-심령소설이라 해야 하겠는데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양식을 갖추고 있어 단순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진진한 것이었습니다. 그 자신의 성장 배경을 따라 인도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코르시카섬의 악몽> 역시 추리-심령소설의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추리적인 요소와 문예적인(?) 요소의 어정쩡한 타협이 좀 시시한 결말을 만들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때문인지 어딘가 부르조아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습니다. 매우 도덕적인 결말로 가는 이 단편은 버트란드 러셀의 작품입니다.

갤스워디의 <이웃>은 부부-남녀간의 지배관계에 관한 것이었는데 역시 복종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어리석은 다툼이 결말에서 파멸을 초래하고 있으니 보기에 따라선 '경고'이겠지만 별로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언급이 있더군요. ㅡ 정복한 민족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정복당한 민족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위에 있었다. 누구의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술과 여자의 자존심을 문제의 두가지 축으로 대치시키는 구도는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기적적인 복수>는 작가 자신의 피터팬적인 성향(?) 탓인지 호들갑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버나드 쇼의 작품으로 종교적인 기적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순간들이 꽤 재미있습니다만 적어도 이러한 소재에 관한 한 비슷한 내용을 다룬 추리작가 헨리 스레사의 <신의 은총>이 더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레사의 단편에는 적절한 유머와 연민, 그리고 아슬아슬하면서도 합리적인 결말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기적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거창하지 않지만 현명한 대안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단편에 관한 한 내 느낌에선 어리숙한 구성으로 일관한 쇼가 배워야 할 대목 같았습니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완전한 변신>은 좀 고리타분한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는데 너무 도덕적인 결말이어서 추리소설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질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인생을 동시에 살다 파멸에 이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거짓말장이 양치기 소년'의 패턴을 따르고 있습니다.

<살인>은 링크를 참조 바랍니다.
 

1999. 7. 23.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