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아주 가끔씩은 별이란게 정말 이상하다. 광속으로 달려와 내 눈 속으로 들어온 그들. 어마어마한 시차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때면 한눈에 밤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이 정말 주제넘은 일처럼 여겨진다.

어느 영화사인지 몰라도 시작할 때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이면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인가 나를 휘둥그레하게 만들 비전이 보일 것만 같았다. 거기 별똥별 하나 휭하니 지나갔다면, 거대한 우주선 하나 굉음을 울리며 지나갔다면 더더욱 기뻤을 것이다. 어쩌면 월석같은 지루함과 암울함을 뚫고 모든 시대가 한눈에 들어올 것도 같다. 하지만 너무도 상대적인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나는 단 한번도 그것을 당겨보려 하지 않았다. 

"형이 어떻게 이길 수가 있지?"
"나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야"
<가타카>

그래서 너무 멀었다. 결벽증 같은 가타카의 깔끔한 화면처럼 구아닌, 아데닌, 티민, 시토신 - GATC 배열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대사다. 주인공 빈센트 프리먼은 결국 'Starry night'의 꿈을 이루었으니까. 그게 'Freeman'의 혈통을 새로이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신의 아들"이라는 열성인자가 너무 의지 강하고 너무 깔끔해 보여 후천적 배열이 좀 이상하게 꼬인 어떤 李는 또 시큰둥하다.)

그러나 머리칼 하나로, 약간의 피로, 소변으로 무엇인가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 그것을 분석하든, 토성의 꿈이 모래성이 되든, 굳이 바람에 날려 보내며 멋진 대사를 읊지 않아도.
 

2000. 6. 3. 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시작 부분의 자막(?)이었다. 왜 사람들이 여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모든 인물들의 이름에서 GATC만 Bold 서체로 눈에 띄게 표현한 것이 아주 절묘했는데 우리 안에 내장된 유전자를 그 이상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것만은 충분히 철학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런 의미에서 GATTACA는 최선의 유전자로 구성된 가장 끔찍하고도 멋진, 완벽한 이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