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가 강력한 중앙집권의 체제하에 빼어난 건축술과 독특한 문화를 소유하였음에도 문자가 없었던 반면 마야는 도시국가의 집합체였지만 기록에 관한 집착이 남달랐고, 그것이 날짜일 경우에는 더더욱 집요한 집착을 보였다. 
이들은 서력 환산 기원전 3113년 8월 10일을 기준으로 삼아 돌에, 비석에, 나뭇잎에 숱한 기록을 남겼다. 편집광에 가까워 보이는 그들의 복잡한 그림과 문자 기록은 '여백에의 공포'라는 지적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이들의 문자 체계에 관한 해독은 이집트에 있어서의 샹폴레옹의 경우처럼 극적인 통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의 복잡하고 다의적인 문자 구조도 원인의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마야의 너무 많은 기록들이 스페인의 정복과 동시에 치명적으로 훼손당해 키워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의 이름은 디에고 란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마야의 심장을 도려내어버린
란다라는 이름의 피라냐란다.
적어도 엔지오는 아니었더란다.
마야를 마야로 내몰아놓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눈물 보이던
에이고 디에고 란다.

1564년 디에고 데 란다는 유카탄 지역의 주교임과 동시에 재판관으로서 마야 문명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순의 인물은 마야 대부분의 문서기록들을 악마의 작품이라 하여 소각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는 이들이 단순한 야만인이 아님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스스로 이들 문화에 매혹되어 있었음에도 원주민의 제전과 예술활동을 금지시켰고 이를 어기는 사람들을 무참히 고문하고 탄압하였다. 그는 자신의 행위에 비통해 하는 인디오들에 대해 가슴 아파 했지만 결코 그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로마에 의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방화(목욕물을 데웠다는 이야기도 있다)에 비견될만한 문화적 인종적 잔학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그는 또한 <유카탄 풍물지>를 지어 마야 문명에 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스페인어를 배운 원주민을 통해 마야 문자를 이해하려 했으나 그러한 시도는 매우 엉성하고 바보스런 방법으로 진행되어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마야문자의 해독에 관한 초석은 ㅡ 그것이 상당한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ㅡ 란다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니 참 유감스런 일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유카탄 풍물지>를 쓰는 대신 마야의 문서들을 보존하기만 했더라면 오늘날 우리는 그가 말하려 했던 것에 비할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마야 문화와 인디오에 대한 처벌에 있어 마녀사냥의 경우처럼 도덕적인 가책을 전혀 갖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의 이중적인 인식이란 제국주의와 식민정책이 갖는 양면성에 종교적인 세례를 더한 또다른 사례일 뿐인지도 모른다.
결국 마야 문명에 관한 이해는 월덱, 캔서우드, 스테판스, 톰슨 등의  정열가나 샹폴레옹에 비견되는 스튜어트 같은 천재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시도되었다.
무차별적인 정복의 시대 대부분의 프란체스코 사제들은 오직 개척자의 편에 서서 원주민을 탄압하였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는 인디오에 관한 스페인의 부당한 처우에 의연히 항거하였다.

오늘날 이들 문자의 75퍼센트 정도가 해독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들 사이의 의사소통 보다 더 높은 해독률일이지도 모른다는 것은 란다를 생각할 때 그만한 위안이다.
 

2000. 6. 14. m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