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어느 한적한 호숫가 숲속에 통나무 집 한 채 지었습니다. 그곳에서의 꿈같은 휴식을 기대했으나 누군가의 가슴에는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한 음습함이 숨어 있었습니다.

She asked me to stay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So I looked around and I noticed there wasn't a chair

처음으로 약간의 이끼를 보았을 때 참 간단히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무섭게 자라나는 진균을 감당할 수 없었지요. 부엌 선반에서 침실의 소나무 벽까지, 참나무로 만든 바닥 마저도 이끼로 덮여버렸습니다. 지하실로부터 괴물처럼 올라오는 이끼들, 느릿한 늪에의 함몰처럼 오두막을 잠식시키던 이끼들... 
결국엔 새로 지은 아늑한 휴식처를 깡그리 망가뜨리는 것조차도 진균을 없애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아 그는 닥치는대로 불을 질러버렸습니다 ㅡ Isn't it good??? 
죄인처럼 벌벌떨며 도시의 집으로 돌아왔으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의 뺨을 모질게 후려쳤습니다. 그러고도 사랑을 나누려 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녀의 가슴에 가득한 이끼였지요.

And when I awoke I was alone, this bird had flown
So I lit a fire,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문득 10여년 전에 히치콕 컬렉션에서 읽은 존 코인이라는 작가의 "숲속의 오두막" 생각을 했습니다. 더 오래도록 머리 속에서 플레이 되던 Norwegian Wood도. 
틀림없이 이끼는 어느 곳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어떠한 종류의 각성도 없이 그의 가슴에서 자라고 있었을 뿐... 정말 그랬더라면 하고 바랍니다.

"넌 되지도 않는 일에 세월을 허비했어."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서글픕니다. 과연 그랬던 것일까요.
 

2002. 5. 9. JJ.Lee.
 

*오해하고 오해받고. 부끄럽게도... 이작자 여인숙을 잠깐 멈추게 했던 몇몇 이유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사라졌지요, 이제 그 나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