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박한 구석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동족 의식이 넘쳐나는 것인지 월드컵에서는 대개 콜롬비아(이번에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를 응원하였다. 
결정적인 순간 이외에는 거의 슈팅을 하지 않는, 아주 답답한 경기를 하는 재미없는 팀이었음에도 왜 그런지 콜롬비아를 좋아했다. 패스가 아주 섬세했던 발데라마와 막나가는(?) 이기타(파라과이 칠라베르트와 동지쯤 될련지...)가 생각난다.
1994년 미국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혔던 콜롬비아는 루마니아와의 첫경기에서 3 : 1로 패하고 이길줄 알았던 미국에마저 패하여 예선탈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승패에 관한 질문을 받은 피파 회장이 그저 "Ball!"이라고 답하였듯이 정말 그건 뜻대로 예상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1994년 6월 23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발생하였다. 콜롬비아가 2 : 1로 패한 경기였는데 그 두 골 가운데 하나는 에스꼬바르가 미국의 슛을 바깥으로 걷어내려다 만들어낸 자책골이었다.
그리고 7월 2일. 콜롬비아의 어느 술집을 나서던 에스꼬바르는 38구경 권총을 든 괴한 2명으로부터 "자살골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12발의 총탄을 맞았다. 조직폭력배 2명과 살해를 사주한 범인은 체포되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본의 아니게 잘못 맞은 공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다니 세상에 그만한 자책도 없었던가 싶다.

참호 가장자리를 따라 군데군데 늘어선 
은백양의 나뭇잎이 얼굴을 스쳤다. 
은백양이 자라는 세상에서 살아 숨쉰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했다.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 오웰*

어느 낭만적인 코메디였던지... 바비 다린의 Beyond the Sea가 신나게 나왔던 영화에서 주인공은 심장을 관통당하는 총상을 입고도 멀쩡히 웃고 서 있었다. 구멍뚫린 가슴으로 햇살이 비치었다. 그런 해피엔딩은 아니었다만 우습지도 않게 나는 멀꿈히 서 있는 몰골인가 보다. A Life less Ordinary ㅡ 38 special의 부끄러운 나날 돌아보며 자책에 감사한다.

It's far beyond a star,
It's near beyond the moon,
I know beyond a doubt
My heart will lead me there soon...
ㅡ Beyond the Sea
 

2002. 6. 9. JJ.Lee.
*인용한 대목은 그가 우에스카의 전선에서 목부위에 관통상을 입었을 때의 느낌을 기술한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