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반말(半-)
  【영화 및 가정의학】충분히 만족스런 수면 이후 
    남성에게서 발화되는 자연스런 말의 품새,
    또는 운우지정에 수반하는 언어학적 후유증.
  【언어학】상대를 높이지 않고 낮추는 비격식체의 말. 
    (Mister.Y Dictionar.Y) 

직업상 스스로에게 존칭을 붙이는 특이한 계층이 적어도 둘은 있다. '스님'과 '선생님'인데 '스님'은 종교적인 사유를 고려한다면 뭣 모르는 하찮은 중생이 말할 바 아니는 듯 싶고, 선생님의 경우에는 필시 그러한 자존의 회화법을 굳이 피하지 않는 깊디깊은 교육적 배려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럼 문제는 없는데... 

이성에 눈을 뜨고 난 이후부터(?) 영화를 보면 늘 생기는 의문이 있었다. 눈 뜨고 보기 뭣한 장면이거나 반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 때문이었다. Treat her gently ㅡ 아주 젠틀한 정의파 남우주연이 여우주연을 만나면 깍듯한 매너와 존댓말에 기사도 정신이 늘 빛을 발하곤 하는데 가끔씩 이해못할 대목이 있었다. 조금 느끼하게 보이곤 하던 도가 지나친 기사도는 어디로 드라이브를 나갔는지 구름 한번 휙 지나가는 사이 비 뿌리고 나면(이에 관한 고사성어는 특정 장면을 연상시키는 폐단이 있어 고사함) 아무렇지 않게 변해버리는 말투 때문이었다.  밤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자고 나면 십중팔구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말, 정말 남우가 그렇게 말을 바꾼 것인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그다지 구분이 안가는 서양말이 왜 꼭 그 시점에서 그리 바뀌는 것인지 참 신기하기도 하였다.
ㅡ 했어요? 그리 되었어요? 
요를 깔고 나면 요는 어느새 달아나고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리는 법일까. 남녀주연들은, 또는 영화로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직업상 또는 영업방침상 남성상위만 선호하는지 그런 은밀한 내막은 알 수 없다만(지금껏 본 영화상의 다양한 장면으로 볼 때 그건 아무래도 아닌 듯^^) 체크인 할 때까지만 해도 여우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쓰던 남우가 체크아웃 할 때는 물건값 깎듯이 반말 하는 것이 조금은 무안한 생각이 들었다. 전혀 실천적 페미니스트가 아닌 내가 아주 잠깐 비련의 여인이 되어 눈빛이 좀 멍청해지는 듯한 슬픈 기분이었다. 언젠가는 "언제 잤다고 반말이냐?"는 관용적 표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스토리의 전개상 그들 남녀 사이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면 이러한 허황된 트집은 분명 실례되는 일이 될테지만 그런 동의의 흔적을 그다지 목격한 적은 없는 듯 싶다. 그들이 잠자리에 들었거나 일어났거나 상관없이 나는 그 자막 또는 더빙이 나오는 화면에 마구잡이로 요를 깔고 싶었다만 주연도 감독도 작자도 역자도 성우도 더빙 기사도 아닌 나는 성격상 평소에 요를 남발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하소체가 난무하는 하소.연의 삶...

직업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 존칭을 붙이는 특이한 직업 또는 계층도 간혹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웨이터다. 따라서 웨이터는 직업상(사실은 그보다는 성격상) 반말을 잘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반말을 하고픈 충동이 아주 많은 것도 사실인데 여건은 대개 그렇지 못했다. 가능하다면 이 밤, 잠들기 전에 그랬으면 싶었다.(어쩌자는 것인지 우리의 '작자님'은 늘 이런 한심한 생각만 하다 잠든다.)
 
 

2002. 8. 5.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