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水蓮이거니 했다. 비오는 날이면 베란다에서는 역한 냄새가 풍겨온다. 연꽃 화분이 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물, 진흙바닥, 이름모를 실벌레들, 거름... 이런 것들이 뒤섞여 그러하다. 
손도 담그지 못할 찜찜한 그 물에서 줄기가 올라오고 넓은 잎새 가득하고 급기야는 꽃이 핀다. 퀘퀘한 냄새 속의 또다른 냄새, 전혀 맑지 못한 물빛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빛깔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너무 빤한 근거를 갖고 나는 기뻐한다. 
'푸른 도화선 속, 꽃을 몰아가는 힘'이라고 누군가 탄식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든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폭발이 아닌 연꽃을 지탱하는 꼿꼿한 줄기의 힘인양 생각하며 더 기뻤다.
겨우 며칠 전에사 알게 된 것, 영어로는 그저 Water Lily이지만 한자로는 睡蓮이라고 한다. 오후만 되면 봉우리를 닫고 잠든다고 그리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후의 금빛 물결이 그 수면이 잠을 불러 일으키듯 水蓮은 睡蓮이 되어 나를 물들인다. 언제였던가... 팍스 리버라는 어느 자그마한 강을 따라 한가득 피어 있던 하얀 연꽃들을 본 적 있다. 운전하며 지나갔던 터라 정말 한순간 힐끔 보았을 뿐인데 그 꽃들은 글자처럼 또박또박 내 마음에 박히어 있다 ㅡ 수많은, 그리고 결국엔 오직 하나의 수련이 필요하다. 내 퓨즈가 나갈 때까지, 또는 그 이후에도.
 
 

2002. 8. 15.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