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한 앨범에 관한 리뷰 : 에테르방 <이작자 여인숙>

듣지 못한 앨범에 관한 리뷰
시인과 여인과 기타 연주자

적어도 이십여 년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어느 음악잡지의 글 속에서 John Barleycorn must die라는 제목의 노래를 알게 되었다. 그 곡이 어떤 것인지 존 발리콘*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막연히 제목이 멋지게 보여 알지 못하는 그 노래에 관해 가끔 생각하곤 했다. 나는 존 발리콘의 자리에 어떤 다른 이름을 넣어 시를 끄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알게 된 어떤 앨범을 가끔 생각한다. "시인과 여인과 기타 연주자"라는 낭만적인 제목을 지닌 그 앨범을 나는 들어본 적도 없다. 촌스런 재킷 디자인을 알고 있고, 1973년에 녹음 되었으나 1993년에 3장의 레코드로 발매되었으며, 누가 노래했고 어떤 노래가 들어 있는지 알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실제로 그 앨범은 듣는다는 것은 영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앨범 속에 수록된 몇몇 노래의 원곡을 알고 있고, 콘서트 장면이 담긴 사진들을 통해 이런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들의 숱한 라이브 앨범들을 들어도 봤다. 그래서 나는 앨범에 대해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다. 나는 시인의 목소리를 알고 있고 여인이 부른 몇몇 노래를 좋아한다. 기타 연주자가 만든 멋진 곡들은 늘 귓전을 맴돈다. 그래서 들어보지 못한 그 앨범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고, 어울리지 않는 장미꽃이 그려진 재킷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다른 몇몇 라이브를 생각할 때 이 앨범 또한 아주 조악한 음질을 지닌 '기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조악함이 그들 노래의 조악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몇몇 익숙한 노래의 곡조와 리듬, 템포를 생각하며 나는 가끔 그 콘서트에 관해 생각을 해보곤 한다. 콘서트를 여는 몇 편의 시 낭송(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쌈바를 즐겨 노래하던 여인의 풍성한 목소리(끌라라 누네스), 기타 연주자의 웃음 소리(또낑요)...
"책이란 저자의 의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의 의도란, 잘못을 저지르기 쉬운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보잘것없는 것이다"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내가 듣고 싶은 노래도 그런 것임을 안다. 존 발리콘이 누구인지 이제는 알고 그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나는 때로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아예 끊어져 있거나 또는 어떤 연결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이 내 곁에 머물고 아득히 사라졌을지도 모를 많은 것들이 적막 속에 여전히 함께 있음을 안다.
예전에 레코드판만 보아도 그것이 누구의 곡인지 어떤 노래가 있는지 아는 사람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그것이 결코 초자연적인 능력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나마 음반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일테고 나는 기타와 일렉트릭 베이스와 플루트, 드럼과 퍼커션에 두 남자와 한 여자 가수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순간을 그려보곤 할 뿐이다.
<시인과 여인과 기타 연주자>라는 제목 속에 이 앨범의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붉은 꽃 두송이가 그려져 있고 "잊혀지지 않을 콘서트의 전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그 앨범이 잡음을 내며 내 안에서 소리를 내는 것이다. 20~20,000hz로 만들어지는 파동만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전부는 아니어서 나는 그것을 꽤 다정한 탄식으로 여긴다.

내가 영감을 받았던 것은 내가 읽었던 책들과
그리고 또한 내가 읽지 않았던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J.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