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평소보다 좀 많이 걸어다녔던 탓인지 얼마 전부터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아프다. 사실 그 발가락의 아픔은 조금 유서가 깊다. 못난 작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좋지 못한 인자랍시고 애써 열심히 닮은 것인지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래도 매번 번거로운 노력으로 해결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정도를 넘었나 보다. 뒤늦게 소독도 하고 했지만 좀 늦어서인지 별로 차도가 없다. 발톱에 문제가 생기면 어느 병원엘 가야 하는지 몰라 좀 찾아봤더니만 나같은 경우가 부지기수로 있는가 싶었다. 이름도 웃기게 '내향성 발톱'이라고 한다. 사람만 내향적인가 했더니 발톱도 그런가 실소를 했다. 보르헤스는 작품집 <작가>에서 발톱을 가리켜 "방자하고 의심많은 그것들은 단 한 순간도 이 얄팍한 무기를 준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들은 끝없이 헛된 뿔이 자라게끔 하기 위해 세계와 열락을 거부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자신의 형상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 고집센 노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나의 발톱과 가장 비슷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가장 많이 닮은 것은 내 마음이다 싶었다. 단 하나 숨길 수 없는 것이 Crippled Inside라고 누가 노래했던가... 안으로 향하여 스스로를 할퀸다지만 그것의 방향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그러하다.

― 발톱으로 해서 쓰리고 발톱으로 해서 쓰다.
 
 

2004. 7. 22.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