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함, 혹은 영원함을 의미하는 어떤 단어를 어디선가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틀림없이 영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리 복잡하지도 길지도 않은 그 단어를 도무지 생각해낼 수가 없다. 어쩌면 r이나 m이 포함되어 있었고 또 어쩌면 e가 있었던 것도 같은 좋은 어감을 지닌 단어였다.
하루를 완벽하게 기억하는데는 하루가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 한 단어를 기억하는데는 꼭 그만큼의 짧은 시간이면 충분한 것이었을텐데도 무성의에 관한 약간의 자책감을 느꼈을 뿐 '영원의 재생'을 위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어쩌면 '영원토록'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보르헤스는 <울리카>에서 울리카의 입을 빌어 영원이란 말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가 몹시도 매정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짧고도 지당한 그 말에 대해 뺨을 때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 <영원히 당신만을(Forever yours, Anna)>이라는 제목의 짧은 SF소설을 본 적이 있다. 어떤 필적 전문가가 사건을 의뢰받아 편지를 쓴 주인공과 편지 속에서 오려내어진 어떤 이름을 찾아내는 이야기였는데 결국 그 당사자는 자신이었고, 그 조사의 결과로 그는 편지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와 그녀를 연결시켜준 사람은 그녀를 사랑하던 또다른 어떤 남자(미래로 몸을 숨겼다)였는데 이 단편의 제목은 그에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누구도, 어떤 만남의 기억도 '영원히'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그가 소설속의 누군가처럼 시간을 뛰어넘었다고 하더라도 입장이 아주 좋아진 것은 아니다.
영원에 관련된 단어 하나를 기억하지 못해 빌빌대는 사람은 더욱 말할 형편이 아니어서 내가 오늘 하늘이 어떠했는지를 기억해내는것보다는 어느 하늘의 구름이 오늘을 기억하기가 더 쉬울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을 했다.
 
 

2005. 1. 11. JJ.Lee ⓒ
*기억의 천재 푸네스, 보르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