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밤나무 아래
내 그대를 팔고 그댄 나를 팔았네
그들은 누웠네, 여기 우리도 누웠네
우거진 밤나무 아래
ㅡ 1984년, 죠지 오웰

그들은 아지트를 급습당했습니다.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들은 체포되었고 그들이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빼앗겼습니다.
오랫동안 만들어지거나 혹은 오래도록 잊혀져버린 간첩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윈스턴 스미스와 쥴리아가 잡혀가던 <1984년>의 한 대목 같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신 안에서 일어난 일이거나 혹은 내 안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신문도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당신의 삶의 한 획을 그은 大書特筆이었고, 내 인생의 참담함을 만방에 알린 號外였습니다.

무지막지한 색안경의 무리들에게 둘러싸여 취조 당하였고 스스로의 죄를 인정할 때까지 혹독한 고초를 겪어야 하였습니다. 방청석조차 허용되지 않은 꿈의 재판은 제대로 변호 한번 받지 못한 채 조기종결 되었습니다. 그리고 잊혀졌습니다. 하나 남김없이 一網打盡되었습니다.
행복의 숨결을 집요하게 덮고 있던 물수건을 기억합니다. 절망의 압점들만을 골라서 찔러대던 칠성판을 생각합니다. 1984년의 윈스턴 스미스가 그토록 두려워 했던 101호실의 밤을 떠올립니다. 모멸이 넘쳐나던 불면의 나날들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검은 안경이 원하는대로 결과는 만들어졌고 없음에 관한 증거만이 내 안에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일망타진의 전설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습니다. 들추어낼 수 있는 지난날이 있음은 그래도 행복한 일일까요... 절망의 강철군화 아래에도 제5열은 남아 있을까요... 
거창한 이름의 위원회 같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지리멸렬한 잔당들이나마 수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라는 주식시장의 경구처럼 일망타진, 一網打盡의 전설을 오늘에 새롭게 생각합니다. 깊은 숨 들이쉬고 그 글자에 새뜻을 새겨봅니다. 一望打診,  하나라도 어디 남아 있는지에 관한 打診인 것입니다.
아직 무엇인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오랜 간격을 두고 똑... 똑... 
조심스레 打診해 봅니다.
 
 

2005. 12. 30. JJ.Lee ⓒ
Hope is like a "writerthouse" keeper's b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