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훈형은 예수재(豫修齋)에 관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나는 그것에 관한 조판작업을 진행중이다. 원고 편집하며 힐끔힐끔 살펴본 예수재란, 살아 있을 때 미리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지내는 의식인 듯 싶고, 나는 가끔 엉뚱하고도 외람된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본문을 한자로 하는 까닭에 진척이 늦고 어려움도 있는데 오늘은 '도솔천'에서 한자가 막혔다. 워드프로세서의 한자어 사전에는 (뜻밖에도) 도솔천이 없었고, 동훈형은 특유의 끈기로 여러 한자들을 뒤졌지만'도'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 역시 머리 속에 그 글자의 희미한 무늬만 그려질 뿐이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자를 찾아주었다. 

웹 사전의 간략한 해설에 의하자면 도솔천은 Tuita의 음역으로 의역을 따라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불리우며,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 수미산(須彌山)으로부터 소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의 12만배 정도 위에 있다고 한다. 
도솔천의 한자를 찾기 어려웠던 것은 꽤 많은 불교 용어들이 그러하듯 일반적인 한자 음독과 차이가 있었던 까닭인데 도솔천(兜率天)의 '兜' 역시 '도'가 아니라 '두(투구 두)'가 올바른 음독이었다.

도솔천에 대해 찾아 읽는 동안 나는 도솔천이 나오는 정태춘의 어느 노래를 생각하였고, 또 그 노래가 수록된 갈색 LP앨범과 그것이 실제로 돌아가며 소리를 내던 시절을 그려보았다. 
결국 생각은 <三國遺事 感通 七 月明師兜率歌條>에 실린 어느 시와 보르헤스의 <델리아 엘레나 산 마르꼬>로 이어졌으나 그 짧은 시와 소설을 차마 여기에 덧붙일 수는 없다. 

인터넷에서 도솔천을 검색했을 때 제일 상단에 나온 것은 우습게도 지도검색결과였데,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허고개 주유소 옆'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마침내' 도솔천을 찾았으니 스님께 전화 드리라고 동훈형에게 농담을 했다.) 내친김에 더 찾아봤더니 전국 각지에 도솔천이 있었다. 
그 역시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ㅡ 나로선 감히 꿈도 꾸지 못할 ㅡ 도솔천을 향한 장대한 규모의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노래 탓이었을까, 아니면 보르헤스의 짧은 이야기에도 나왔던 신화 속의 아케론테(아케론) 때문일까... 나는 가끔 그것을 시내(川)로 착각하곤 한다. 
사천왕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자리 ㅡ 나는 하염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ㅡ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한 가지 생각하며 경주 낭산(狼山) 기슭을 걸어보고 싶다.

비록 자신들이 우연적이고 덧없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이 됐든 불멸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006. 4. 11.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