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에 대해 그다지 관심 가진 적은 없다. 그분 형님이 번역한 책은 예전에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말이다. 얼마 전 우연히 재즈에 관한 그의 짧은 칼럼을 보았다. 재즈의 계보를 무슨 학벌처럼 다룬 글이 평소 그분 지론과는 어찌 좀 다른 듯(아니면 당연한 듯) 싶어 그냥 그런가 했다.

하지만 그가 만났다는 조윤성이라는 피아니스트의 말은 기억에 남아 있다. 김용옥의 언급에 따르면 그는 <칸탈루페 아일랜드>의 작곡자 허비 핸콕을 사사(師事)했다고 한다. 재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윤성은 "Mystery of Mistakes"라고 했다. "실수와 멋의 사이, 혹은 실수를 멋으로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에 적(敵)이 없단다. 

사뭇 준비된 대답이란 느낌이 농후했지만 한편으론 재즈에 관한 그의 신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생명의 진화가 그러하듯 개체(개인의 음악적 이력)에게서나 종족(재즈 혹은 음악 전반)에 있어서나 수많은 시도와 변이와 실수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일 것이다.

그 대단한 장치가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구축할련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작고 좁은 이 마음에도 적 혹은 두려움이 좀 없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 남부에는 강한 '장맛비'가 온다 하는데 내 마음은 어쩌면 그 맛을 필요로 한다.
 
 

2007. 7. 6. JJ.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