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기록적인 큰 폭의 하락을 보였던 최근의 어느 날, 홈 트레이딩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대신 위안 삼아 주식에 관한 격언들을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차트와 캔들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고, 재무제표와 실적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들 주식 격언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도 좋은 공부일 것이다. 
어떤 격언들은 알게 모르게 귀에 익은 소박한 이야기들이고,  어떤 것들은 위트와 파라독스를 담고 있고  때로는 한시나 하이쿠, 탈무드의 경구들처럼 한 줄의 문장으로 다양한 의미와 암시를 주기도 한다. 아마도 주식이라는 것이 미래적 가치를 오늘의 추정적 수치로 환산한 결과물이다 보니 변동성과 모호성을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식에 관한 경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이다. 뉴스가 나왔을 때는 이미 그것은 현재의 주가에 반영이 되었다는 주식 시장의 기본적 특성을 보여주는 좋은 보기다. 또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는 말 역시 최근의 폭등과 폭락장세를 떠올리게 하는 격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숱한 내적 외적 요인들에 끊임없이 변동하는 시장은 항상 격언처럼 움직이는 것도 아니어서 주식의 격언들 역시 다양하게 의표를 찌르며, 때로는 상호모순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증권시장에서 자주 회자되는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옴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는 회남자의 이야기는  9세기 당시인의 한 구절과 더불어  복잡미묘한 그물망을 잠시 생각해보게 한다. 

기나긴 밤 온통 맑은 비파소리
서풍은 푸른 담쟁이 덩굴에서 이네...... (중략)......
회남땅에는 잎사귀 지기 시작하니
동정호에는 물결일겠지
― 허혼

오죽하면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증시는 미국, 중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고, 또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볼 때  "회남땅에는 잎사귀 지기 시작하니 동정호에는 물결일겠지(淮南一葉下 自覺洞庭波)"는 더욱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격언을 모르고 시세에 뛰어들지 마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격언의 세계를 좀 더 돌아보도록 하자. 
주식의 매매 시점과 등락에 관한 금언으로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이야기와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고 했으니 이들은 표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생각할 때 금쪽같은 충고가 아닐 수 없다.
"기회는 소녀처럼 왔다가 토끼처럼 달아난다"며 시황 포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고 , "덤비는 물고기는 낚시에 걸린다"며 섣부른 욕심을 경계하였다. "도미를 사러 가서 정어리를 사지 마라"며 신념과 배포를 강조했고, "연이 날아 오른다고 실을 모두 풀지 않는다"며 때를 가늠함에 신중함을 주문하였다. 

계절의 흐름을 미리 헤아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이야기도 있고, "각설이 중에도 명창은 있다"는 관심 밖의 좋은 종목을 찾을 때 유념해야 할 '말씀'이다. "사람들이 가는 뒷길에 꽃산이 있다"도 숨은 보석의 소재를 넌지시 가리켜 준다. 값이 떨어져서 매수 기회를 노리는 시장 대기자에게는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역발상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렛 잇 비 혹은 선문답처럼,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따라야 한다는 데서는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라"는 가르침도 있다.

때로는 이들 격언이 현재의 장세를 합리화하는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배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지가 "꽃을 꺾고 잡초에 물을 주지 마라"거나 "이미는 아직이고 아직은 이미이다"에 이르면 산이 산인지 물이 물인지 모를 조금은 오묘한 세계도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다.
가치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을 가리켜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하듯 만약 증시에 '子'字 돌림의 株子라는 현인이 있었다면 그분은 어쩌면 노장의 세계를 노닐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이 모든 즐거움, 혹은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는 조금은 역설적인 경구도 있으니, 과유불급의 경제 세계는 이토록 미묘한 것이다. 자신이 어떤 주식을 아무리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더라도 시장이 그렇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다. 주식에 모든 시간을 바치는 것보다는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하고 수익성이 좋은 투자라는 어느 증권회사 중역의 충고도 새겨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끝으로 "사고, 팔고, 그리고 쉬어라"는 소박한 충고처럼, 이 좋은 여름날,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가거나 잠시 젖혀두고 망각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연중무휴에 투자하지 마라"는 가르침도 있었으니, 시장의 현인들은 이를 가리켜 '쉬는 것도 투자'라고 했다.
 
 

2007. 7. 27. 草. JJ.Lee ⓒ

※ 이 글은 주식투자를 권장하는 글이 아니며, 우리 증시의 미래를 예측하는 글도 아닙니다. 다만, 주식에 투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개인의 생각을 보태어 정리한 에세이일 뿐이라는 것, 꼭 덧붙여 둡니다.
※ 그림은 '朱子'의 초상이며, '株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