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람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계속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잠시 앉았지만 앞열의 사람이 보기 싫어 다른데로 갔습니다. 하지만 옆자리에는 또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변명도 못한 채 그녀가 이해해줄까 걱정하면서 나는 또 자리를 옮겼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여 시간이 좀 흘렀지만 도무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댓번을 그렇게 옮기다 포기한 채 그냥 극장을 나왔습니다. 그녀는 동정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녀의 얼굴이 너무 어두워 보여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사이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가버린 것입니다.
바보같이 다시 돈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았지만 엔딩 타이틀이 흐를 때까지 그녀는 내 곁에 있었을까요?
 

1999. 7. 31.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