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끝낼거야. 
끊임없이 나를 끌고가는 가상의 영구기관입니다. 그것을 구동하는 진정한 축이 어디 있는지 나는 모른 채 이끌려 왔다 내 두터운 외투의 실밥 하나가 거기 걸렸습니다. 모르는 사이 스르르 실이 풀려나가면서 외투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물러서기 보다는 황급히 셔츠 소매의 실밥 하나를 거기 다시 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풀려나갔습니다. 
이윽고 나는 벌거숭이가 되었고 참혹한 부끄러움을 알았습니다. 탯줄처럼 내게 이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리고자 띠의 가운데부터 부지런히 잘라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웬걸... 연결은 단절되지 않고 두배로 길어지고 한번 더 꼬인채 부하를 배가시켰습니다.
이건 또다른 평행선이야. 
영구기관은 존재하지 않으나 언젠가 무한히 여려질 띠가 있습니다. 그것이 분자의 수준으로 확장되어 DNA 나선문양처럼 꼬여도 물론 정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자의 수준에서도 운동은 이어질테고 쿼크의 4가지 유형을 파악하는 순간에도 그 가녀린 띠가 운동을 계속합니다. 
극단적으로 확장되고 극단적으로 축소된 뫼비우스의 띠가 결국은 세상을 채울 것이며,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실체를 초월한 결합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소멸 직전의 특이점까지 도달한다면 미시세계로부터 다시 뫼비우스의 띠가 구축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사라진다면 나는 그렇게 사라질 것입니다. 시작할 수 있다면 이제 정말 그렇게.
 

1999. 8. 13.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