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그가 가끔 아주 짧은 낮잠을 자곤 하는 좁고 어두운 작은 방이었습니다. 그는 거기 누워 얕은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기타와 신문, 추리소설과 잡다한 인쇄물들, 망가진 컴퓨터와 문학잡지들과 읽지도 않은 시집들 틈에 누워 칼잠을 자는 것입니다. 
창문이 있지만 그것은 열 수 없는 것이었고, 연초록의 블라인드가 모질게도 닫힌 채 바깥을 향한 그의 마음을 반사시키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의식을 찾은 그는 블라인드가 사라진 창문 바깥을 보고 있었습니다.
분명 길 건너편에 있는 경기장의 조명탑과 스타디움의 육중한 곡선이 보여야 할텐데 그보다 더 거대한 피라밋 형태의 철골 구조물이 장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조립식 앵글처럼 보였지만 지하철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재 빔보다도 몇십배는 굵고 튼튼해 보였습니다.

병원. 그는 그것이 병원임을 틀림없이 확실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기적적인 양식으로 이룩된 모든 층에는 엇갈린 삼각형의 지지대를 가진 평행사변형의 창틀이 있었고, 유리는 분명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먼 발치에서 그 건물의 안을 들여다본다기 보다는 그 속에 있는 듯 모든 층, 모든 창의 상황을 볼 수 있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모든 층은 칸막이조차 없는 하나의 거대한 병동이었고, 새카만 가죽시트로 이루어진 접이식 침대가 정연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침상에 환자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벌거벗고 누워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환자보다 더 많은 수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들을 치료하고 있었는데 그들도 마찬가지로 벌거벗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다들 각자의 일에 열심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몸 또는 마음 자체가 의료기구라는 불순한 생각이 그를 스쳐지나갔지만 꼭 부인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눈을 돌려 한층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좁아드는 병동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거의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최상층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역삼각형의 창틀 하나만이 있었고 단 하나의 병상에 자신이 누워 있음을 스스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맞은 편 작은 방에서 칼잠을 자고 있었고, 건너편 최상층의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의사는 분주히 움직이며 치료를 시작하려 하였고 어디에 있든 그는 물론 행복하였습니다.
 

1999. 8. 26. JJ.Le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