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을 꾸었다. 머리 부분이 유독 눈부시게 빛을 내는 학처럼 생긴 새가 저 먼 하늘에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어쩌면 주위가 물로 둘러 싸여 있었다는 조상들의 땅 아스트란으로부터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새는 학이 아니라 '께짤'인지도 모르겠다.
뜰에 앉은 새는 몹시도 퍼득이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여전히 새는 형형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다시 날아보려 해도 이제는 힘에 버거운 듯 맴돌 뿐이었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살펴보니 새의 머리는 놀랍게도 거울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거울에는 해변에 나타난 하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하얀 인간들은 머리 둘에 네 발을 가진 기괴한 형상을 한 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과연 께짤꼬아뜰의 무리일까. 그는 돌아오겠다던 약속을 기필코 지키려는 것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황금 샌들은 센토의 피에 젖은 헤라클레스의 옷처럼 조여들기 시작했고 나는 쓰러질 지경이었다.

비명 소리에 놀란 내관이 달려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코스모스와 무지개라는 단어를 수없이 읊조리다 겨우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렸다. 아홉번의 전쟁에서 용감하게 적을 물리친 테노치카의 왕에게 그 무슨 두려움이 있을 수 있으랴...
코코아 음료로 목을 축였지만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다. 올해는 지푸라기의 해, 오랜 예언대로 께짤꼬아뜰이 긴 긴 방랑의 시간을 지나 정녕 돌아오는 것일까... 그는 인신공야에 극력 반대했었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제단 위에 너무 많은 피를 흘렸고, 우리는 그를 추방했었다. 이제 테오티와칸의 신전에서 제를 올릴 때는 그의 말대로 심장 대신 나비를 제물로 바쳐야 할까...
상념 속에 빠져있다 문득 고개를 드니 위씨로포추트리의 조상이 험한 눈초리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으로 가득해진 나는 침실로 돌아와 담배와 향료를 넣은 아카이에톨을 입에 물었다. 
테스코코 호수 건너편으로부터 비의 신 틀라로크가 검은 휘장을 드리운 채 다가오기 시작했다.
 

2000.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