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었단 말이지......"

그들은 지상의 언어로 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불분명한 의식과 영혼 속이었지만 그들은 유선통신을 하고 있었다.
ㅈ은 자신이 너무 어려서 안타깝게 죽었기에 이곳에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고 밝혔다. 자신은 이들 가족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 애정은 새롭게 시작될 삶 속에서 행복하게 꽃피기를 기대하였다. 예전에 태어났을 때 그는 뒷덜미에 점 하나를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ㅊ은 ㅈ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했다. 이전에 다른 세상에 태어났던 그였지만 ㅈ과의 대화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 또 고통이 무엇인지, 질투가 무엇이고, 우월감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배워가면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ㄱ씨 부부는 다시 임신했을 때 아려오는 아픔 너머로 희망의 불빛을 본 것 같았다.
"이 아이가 태어난다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다시금 단란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거야." 
그들의 첫번째 아이는 네살이 되던 해에 질식사 했던 것이다. 의사는 그들에게 쌍둥이가 태어날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준비를 당부했다.
그리고 ㅊ이 먼저 세상에 나왔다. ㅈ과 ㅊ 둘 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매우 평범한 신생아들이었을 뿐이다.그런데ㅊ의 목덜미에 그 가슴 아픈 점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ㄱ씨 부부는 ㅊ을 보며 울었고, 그들의 기원에의 감응에 진심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1998.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