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하기 좋은 곳, 고요의 바다가 만들어낸 그는 골렘이었다. 나는 가끔 그 바다를 거닐며 파도 소리를 들으려 애를 쓴다. 신기루인양 포말이 몰려오면 나는 마냥 반갑고 가슴 아프고 부끄러웠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의 뻔뻔함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만 알았다. 내게는 그 모든 바다가 꿈의 종족이라는 몽골리언의 멍처럼 보였다. 다만 그것은 엉덩이에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나큰 차이가 있다. 그는 고요의 바다에 온전히 잠들어 있다. 나는 창가의 햇살을 따라 떠도는 먼지를 바라보며 그 점을 기억한다. 초승달일 때는 부메랑처럼 차갑게 나를 베었고, 반달일 때는 어린애처럼 칭얼대었다. 마침내 보름달일 때 그는 주체못할 그리움으로  창백한 빛을 내게 던졌고 응어리진 마음은 무한히 희박한 먼지로 흩어지며 바다가 되었다. 심장과 깃털을 당연한 듯이 등가시키는 아누비스의 저울은 달에서도 변함이 없다. 적어도 박동은 깃털보다는 무거운 것이다. 습기의 바다를 거닐게 한 그는 골렘이었다. 골렘이 만들어낸 구름의 바다였다. 결코 비가 내리지 않는 비의 바다, 엷고도 광막한 그 바다를 바라보면 나는 늘 현기증을 느끼며 숨이 가빠왔다. 그래서 내가 떠나온 한 걸음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달이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달의 바다가 내 눈 앞에 떠 있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2001.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