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작자라고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작자라고 그 이름은 들어 보셨는지요. 이렇게 떠벌이며 말씀드리면 행여 엉뚱한 상상으로 이상한 나라에 관한 말도 안되는 글을 쓴 작자라고 오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맹세코 드리는 말씀이지만 태어나서 그런 식상한 제목으로 글 쓴 적 없었습니다. 그런 거라면 루이스 캐롤의 꿈을 읽으며 재버워키를 흥얼거려야겠지요.
처음 뵙는지요... 어쩌면 오늘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으로부터 이작자가 배역을 받는 기념비적인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또 그것에 관해 함께 조촐한 축하를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구면이겠지요... 어쩌면 익히 보아온 저와 조금 닮은 어떤 작자가 그곳 어디엔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가 진정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은 제가 쓴 바로 이 글의 일부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정신이나 기억, 인상적인 책이나 소설, 한 편의 영화, 짧고도 기발하여 절대 잊혀지지 않는 상상의 편린이 아닌 충격적인 현실에 관한 이야기지요. 놀라실 수도 있고 황당해 할 수도 있겠지만(저 자신도 그랬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여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제 글 속에 당신이 있음을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란게 그런 이야기이고 바로 이런 이야기입니다.

밤새 수십리를 걸었는지요. 
어느 아침엔가 답답해진 가슴,
비누라도 삼킨 듯 울렁거렸습니다.
몸 안에 거품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렇지요. 세상이란 것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여서 점점 못마땅한 것처럼 보이더니 급기야는 마땅치 않음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스스로 아주 조금 위대하였음이 위태로움으로 바뀌는 것은 정말 한 순간, 하나같이 위태로운 무엇이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저의 취향이 그런 것을 어떡하나요.  역시 못마땅하시겠지만 저가 그렇게 썼습니다. 오직 저에게 저작권이 있는 독보적인 장르입니다. 
왜 이리 다르게 보이는 것인지요. 저마다의 눈에 비친 전혀 다른 세상이 어찌 이토록 교묘하게 결합하여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지 참으로 신기한 노릇입니다. 그 절묘하고도 불가해한 조합을 어찌 작자의 필설로 다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형태라 한들 결국 마찬가지이겠으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또는 쓰고 있거나 그리고 있는 당신이 내 꿈결에 잠시 스쳐 지나간 사람인지 아니면 주요한 물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한이 없는 전능의 상황은 아니지만(그렇게 되면 정말 '작품'이 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소중한 사람일테고 또 어쩌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의 보조출연자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개의 경우, 그렇다면 당신이 쓰는 이 글에서도 나라는 인간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테니 행여 비중있는 배역이 아니라고 하여 저에 관해 경멸스런 표정을 짓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제 눈 조차도 믿지 못할 하루가 비누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저에게 합당한, 저의 취향과 성향과 능력과 주제에 꼭 맞는 세상이 여기 저의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저가 만들었습니다. 물론 당신이 저작권을 주장하는 그 세상도 저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당신의 비누에서 나오는 거품 같은 하찮은 존재여서 아침마다 저녁마다 심상찮은 마음으로 그 비누를 바라봅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길만 찾아가며 걷습니다. 말하자면 그것은 복지부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이 복지부화 되기를 바라는 관료주의적 성향과 아주 조금 닮은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ㅡ 지극히 현실적으로 판단해볼 때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지만 ㅡ 제가 큰 맘 먹고 엄청 양보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나라는 당신이 만든 것이란 이야깁니다.(말씀드렸듯 사실은 저가 만들었지만 그렇게 말씀드리는 편이 당신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당신이 출연한 영화 속에서 당신이 출연한 바로 그 영화를 보고 쓰고 연기하며 연출하고 당신이 출연한 세상에 하나뿐인 원래의 영화가 이루어지는데 그 영화란 것이 엄청 대단하기도 하고 참 덧없기도 하고 그렇지요.
경제나 종교, 법률에서 교우까지의 숱한 사연들은 작자에게 있어 대개의 경우 약간의 (비극적) 배경이었을 뿐인데 모르는 사이 이들이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더군요. 아무래도 작자 마음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는 것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현명했어야 했는데 지금에라도 조금씩 생각을 달리해 봅니다. 무엇인가 극적인 반전이 있으리란 기대를 버릴 수는 없네요.
지리멸렬한 주제와 너무 지루하여서 비극적인 캐릭터 설정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요. 그거라도 조금 나눠갖도록 할까요? 당신의 자랑거리를 조금 베끼도록 허용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물론 그냥 작자 마음대로 그럴 수 있으나 약간의 요식행위까지 생략하는 실례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공중의 도덕이지요. 아무리 돌아봐도 전혀 이상한 것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작자, 그 사람이 바로 이작자입니다. 이제 당신이 이 글의 일부라는 것, 이해하실 수 있으신지요. 

저의 이야기 가운데 존 레논의 In My Life라는 노래가 나오지요.(사실은 그것도 저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당신의 작품에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원고를 꼼꼼히 살펴보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당신의 이름은 당신이라는 저작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 관해서라면 실례지만, 쌍방과실의 사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들 사이에 너무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아닌가요.이작자가 저작자가 되면 마음 바뀌는 것이 저작권 아닐지요. 너그러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수밖에... 부디 당신께서도 저의 이야기에 열심히 참여하시어 저마다의 저작권을 강력하게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세계 속에서 당신이 계신 곳에 저도 함께 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有耶無耶의 어지러운 바램이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 분명한 것은 이상한 나라의 작자는 틀림없는 이작자라는 것 뿐입니다. 우리 모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모르겠으나 그 또한 이작자가 만들어낸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선택은 그것의 작위적인 성향까지 포함하여 대단히 자연스러운 무엇임에 분명합니다. 이제는 그 이름을 아시겠지요, 이상한 나라의 작자에 관해 지루고 답없는 이야기를 썼던 금생의 작자, 이작자입니다.

전생 일을 알고자 하느냐 금생에 받는 그것이다
내생 일을 알고자 하느냐 금생에 하는 그것이다
욕지전생사 欲知前生事 금생수자시 今生受者是
욕지내생사 欲知來生事 금생작자시 今生作者是*
 

2002. 12. 24. JJ.Lee ⓒ
*리차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의 2장 내용에서 '생명체'를 '이작자'로 바꾸어 조금 고쳤음.
*법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