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그는 아득한 어느 날엔가로 돌아가 나비 한 마리를 잡고 돌아왔다. 아는 것은 그것뿐, 중생대의 어느 시점으로 날아가 나비를 잡곤 하였다는 것, 그리고 돌아오면 그 결과란 늘 못마땅하였다는 것 뿐이다. 
홍적세였을까, 아니면 켐브리아 대폭발의 시기에 번성했던 삼엽충 한마리를 슬쩍 밟았을까. 그렇다고 한들 사실 그는 진상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자아가 만들어내는, 혹은 자아로 이루어진 진동의 세계(Oscillating Universe)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 밤의 꿈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다고 한들 그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 또한 헤아릴 수 없는 횟수로 과거나 미래, 혹은 전혀 다른 세계와 우주를 떠돌았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해낼 방법은 전혀 없다. 왜냐면 내가 원인의 고리를 찾고 돌아온 세계는 이미 내가 다녀왔던 그 세계의 인과율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그래서 나는 계속 여행중이다.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러나 명백한 이 모든 증거들을 소재로 하여.
 
 

2003. 7. 17. JJ.Lee ⓒ